2021년 출범 이후 정치적 중립성, 편향·부실 수사 등 온갖 잡음에 휩싸여온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서 내부 고발성 비판까지 터져 나왔다. 검사 출신으로 지난해 10월 공수처 부장검사로 임명된 김명석 인권수사정책관은 30일자 법률신문에 쓴 칼럼에서 “공수처에 근무한 소회를 말하자면 정치적 편향과 인사의 전횡이라는 두 단어밖에 떠오르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인사가 시도 때도 없이 이뤄졌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공수처 구성원들은 인력 시장에 나와 있는 잡부와 같은 심정으로 지낸다”고 자조했다. 그러면서 자신이 겪은 정치 편향과 인사 전횡 사례를 전했다. 공수처 측은 외부 기고 시 처장에 미리 신고해야 한다는 규정을 어겼다며 김 정책관에 대한 감찰과 고소를 예고했다.
공수처의 난맥상은 문재인 정부가 공수처법을 밀어붙일 때부터 예견됐다. 문 정부는 고위 공직자 비리를 수사한다며 공수처법 입법을 무리하게 강행했다. 옥상옥 논란에다 위헌 가능성까지 제기됐지만 문 정부는 군소정당에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골자로 한 누더기 선거법을 쥐여주는 거래까지 하며 공수처법을 강행 통과시켰다. 공직자 범죄에 대한 기소권과 수사권을 모두 갖는 별도의 수사기관 설치는 국내외 사법 체계 사상 유례없는 일이라는 전문가들의 지적도 무시했다.
공수처는 출범 초기부터 이성윤 전 서울중앙지검장 ‘황제 조사’ 등 끊임없는 정치적 중립성 논란을 일으켰다. 수사력 부족도 심각한 문제다. 공수처는 올해 1479건을 직접 처리했는데 재판에 넘긴 사건은 하나도 없다. 공수처가 출범 이후 지금까지 직접 공소를 제기한 사건은 3건, 검찰에 공소 제기를 요구한 사건은 5건에 불과하다. 이 과정에서 주요 피의자에 대한 구속영장을 4차례 청구했으나 모두 기각됐다. 매년 약 200억 원의 예산을 쓰고도 ‘빈손’인 셈이다. 최근에는 내년 1월 임기 만료를 앞둔 김진욱 공수처장이 국회에서 휴대전화로 자신의 후임자를 물색하는 듯한 메시지를 공수처 차장과 주고받는 장면이 포착돼 구설에 올랐다. 지금처럼 정치 편향적이고 무능한 공수처라면 더 존재해야 할 이유가 없다. 공수처 폐지를 고민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