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美 IRA 해외우려단체(FEOC) 발표 임박…한중 합작법인 '지분율 조정'이 핵심 키 [biz-플러스]

■ K배터리, FEOC 세부 규정 내용에 촉각

한중 간 합작법인 설립 공장·프로젝트 20곳 이상

'조 단위' 자본 투입 특성상 中 지분율 조정 강제시

韓 기업들최소 수천억원 이상 추가 부담 발생 전망

CATL-포드의 라이선스 기반 우회진출 허용 여부 관심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9월 미 디트로이트에서 열린 디트로이트 오토쇼에서 자동차 회사 캐딜락의 전기차 '리릭'에 탑승한 후 웃고 있다. 연합뉴스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9월 미 디트로이트에서 열린 디트로이트 오토쇼에서 자동차 회사 캐딜락의 전기차 '리릭'에 탑승한 후 웃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 재무부가 이르면 1일(현지 시간)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른 전기차 세액공제 혜택에서 제외되는 해외우려기업(FEOC)에 대한 세부 규정을 발표한다.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국가에서 합작 형태로 제품을 생산하는 등 IRA를 우회해 보조금 혜택을 받아 온 중국 국영기업을 정조준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최근 부쩍 증가한 한중 합작법인에 대해서 중국의 지분율 조정을 강제할 경우 국내 기업들이 최소 수천억 원 이상을 부담해야 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달 30일 미 행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재무부가 FEOC 세부 규정을 이르면 12월 1일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미국은 지난해 8월 시행된 IRA에 따라 북미에서 최종 조립된 전기차를 대상으로 최대 보조금 7500달러를 지급하되 FEOC 조항을 둬 핵심 광물이나 배터리 부품을 사용하는 경우 보조금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

한중 JV설립한 공장만 20곳 이상…‘지분율 조정’ 관건




1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배터리 및 소재 기업들이 가장 촉각을 곤두세우는 부분은 합작법인의 ‘지분 허용률’이다.

업계에서는 미국 재무부가 이번 FEOC 세부 지침에 합작법인에 관한 중국 기업의 지분율과 중국산 부품 및 광물의 허용 범위를 일정 수준 이하로 제한하는 내용을 담을 것으로 예상된다. IRA의 FEOC가 사실상 배터리 부품 및 광물 공급망에서 중국을 배제하려는 것이 목적인 만큼 합작법인 형태로 미국 시장에 진출하려는 중국 기업들의 시도를 견제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중국에 대한 지분 허용률의 경우 적게는 25%, 많게는 50% 미만까지 거론된다.

포스코그룹이 최근 준공한 전남 율촌산업단지 내 수산화리튬 공장 조감도. 포스코는 이번 공장 준공으로 배터리의 주요 소재를 국내에서 처음으로 상업 생산할 수 있게 됐다. 사진제공=포스코홀딩스포스코그룹이 최근 준공한 전남 율촌산업단지 내 수산화리튬 공장 조감도. 포스코는 이번 공장 준공으로 배터리의 주요 소재를 국내에서 처음으로 상업 생산할 수 있게 됐다. 사진제공=포스코홀딩스


문제는 한중 합작법인의 중국 지분율을 낮출수록 우리 기업들의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이다. LG에너지솔루션(373220)과 SK온·LG화학(051910)·포스코홀딩스·포스코퓨처엠(003670)·에코프로 등 국내 유력 배터리 및 소재 기업들은 지난해부터 중국 배터리 기업들과 합작법인을 설립하거나 공동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사례가 부쩍 늘었다. 한국·모로코 등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나라에서 양극재·전구체와 같은 핵심 소재를 만들어 북미에 공급하면 IRA 보조금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중국산 원료가 필요했던 우리 기업과 자신들을 겨냥한 IRA를 우회하기 위한 중국 기업 측의 이해관계도 맞아 떨어졌다. 양국 기업이 지금까지 합작법인 형태로 공동투자한 프로젝트는 20곳이 넘고 투자 금액만 수십조 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배터리 업계의 한 관계자는 “한중 합작법인의 경우 대부분 5대5의 비율로 투자하지만 계약 안에 ‘지분 비중 조정’이라는 안전장치가 있다”면서 “중국 투자 지분이 내려갈수록 우리 기업의 추가 부담은 커지는 구조”라고 말했다. 양극재·전구체와 같은 배터리 소재 생산라인은 통상 ‘조 단위’의 자본이 투입되기 때문에 양 사가 절반씩 투자금을 부담하는 것이 관례다. 국내 기업들이 미국의 세부 규정에 따라 합작법인의 중국 지분율을 최대 75%까지 끌어올리려면 최소 수천억 원 이상이 들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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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선스료 받아 美 진출 우회…CATL-포드 방식 허용 여부 주목


포드는 최근 전기차 수요 부진과 미국 정치권의 반대에 부딪혀 중국 배터리기업 CATL과의 합작공장 추진 계획을 당초보다 대폭 축소해 진행하기로 했다. 연합뉴스포드는 최근 전기차 수요 부진과 미국 정치권의 반대에 부딪혀 중국 배터리기업 CATL과의 합작공장 추진 계획을 당초보다 대폭 축소해 진행하기로 했다. 연합뉴스


중국 기업으로부터 받은 기술로 만들어진 미국 기업의 배터리에 대한 세액공제 자격 여부도 쟁점이다.

중국 배터리 기업 닝더스다이(CATL)는 미국 자동차 회사 포드와 손잡고 올 2월 미국에 합작공장을 설립했다. 두 기업은 포드가 지분을 100% 보유하고 CATL의 기술협력을 받는 방식으로 IRA 규제를 피했다. 하지만 미국 하원이 중국 기업들이 기술료를 받는 방식으로 미국 시장에 우회 진출하고 있다고 비판을 제기했고 당초 규모보다 줄여 진행하기로 했다. 미 재무부가 이 사안과 관련해 어떤 가이드라인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일각에서는 미국 현지에 생산 공장을 짓는 경우에 한해 중국 회사의 진출을 허용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이 경우 북미 진출에 공을 들여온 국내 업체에 부담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박철완 서정대 스마트자동차과 교수도 “IRA의 본질은 중국 견제도 있지만 결국 미국의 배터리 굴기”라면서 “배터리 후진국인 미국 입장에서는 산업 부흥을 위해 중국과 완전히 손을 뗄 순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FEOC 유예기간 부여할까…부품 세부 규정만 먼저 발표할수도


LG에너지솔루션 연구원들이 오창 공장에서 원통형 배터리를 선보이고 있다.사진제공=LG에너지솔루션LG에너지솔루션 연구원들이 오창 공장에서 원통형 배터리를 선보이고 있다.사진제공=LG에너지솔루션


FEOC 세부 규정의 유예기간 부여 여부도 관심 거리다. 미 재무무가 FEOC 세부 규정에서 중국 기업을 다수 포함하고 합작법인에서의 중국 기업의 지분율에 제한을 두더라도 실제 적용까지 유예기간을 둘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국내 배터리 업계는 한중 합작법인과 관련된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핵심 광물 수입선 다변화 등에 나설 시간을 벌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배터리 공급망에 거미줄처럼 뻗쳐 있어 중국의 영향력을 단시간에 발라내는 것이 생각만큼 쉽지 않다”며 “중국산 배터리 부품과 광물의 허용 비율, 합작법인의 지분 허용률을 제시하면서 일정 기간 적용을 유예하는 방안을 제시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업계에서는 미 재무부가 배터리 부품과 관련한 FEOC 세부 규정만 발표하고 배터리 핵심 광물은 추후에 공개할 가능성도 제기한다.미 재무부는 올 3월 발표한 IRA 배터리 부품 및 광물 규정에서 2024년부터 배터리 부품, 2025년에는 배터리에 들어가는 핵심 광물이 FEOC에서 조달될 경우 세액공제 혜택을 주지 않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핵심광물의 경우 시행일까지 여유가 있는만큼 배터리 부품과 관련한 FEOC 세부규만 먼저 내놓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서민우 기자·박민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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