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휴일과 심야시간대 초진(첫 진료)을 사실상 허용하는 등 비대면진료의 기준을 대폭 완화한다고 예고하자 의사·약사단체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는 1일 입장문을 통해 “정부가 의료계와 수 차례 심도 있는 논의와 합의를 거친 대원칙을 뒤로 한 채 일방통행식 비대면 진료 대상 확대를 발표했다”며 “비대면 진료 확대 방안을 즉시 철회하라”고 밝혔다.
이어 “의료계 의견에도 불구하고 비대면 진료 확대 방안을 강행한다면 (비대면 진료 확대에 따른) 의료사고 및 약물 오·남용 등의 모든 책임은 정부에 있음을 강력히 경고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보건복지부는 초진 비대면 진료의 허용 대상 시간과 지역을 크게 늘리는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 보완방안’을 오는 15일 시행한다고 밝혔다. '재진(추가 진료) 환자'에 한해 비대면 진료를 허용하고 보험료 경감 고시에 규정된 섬, 벽지 지역만 초진인 경우도 비대면 진료를 받을 수 있다던 기존 방침에서 벗어나 '응급의료 취약지역'으로 예외 적용 범위가 대폭 확대된다. 응급의료 취약지역은 응급의료 취약도, 즉 '지역응급의료센터로 30분 이내 도달이 불가능하거나, 권역응급의료센터로 1시간 이내 도달이 불가능한 인구 비율'이 30% 이상인 시군구로, 98개 시군구가 해당된다.
이와 함께 휴일이나 야간(오후 6시 이후)에는 모든 연령대의 환자가 초진이더라도 비대면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전면 허용하기로 했다. 그동안 18세 미만 소아·청소년 환자만, 처방이 아닌 상담에 한해 휴일·야간 초진 비대면 진료가 허용했음을 감안할 때 전연령대에서 '처방'까지 비대면 진료가 가능해진다는 건 상당히 파격적인 조치다.
의협은 줄곧 ‘대면 진료’ 원칙 아래 비대면 진료를 시행하더라도 재진으로 한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이날 발표에 대해서는 “실질적으로 초진을 전면 허용한 것이나 다름 없다”며 “졸속 정책이라 의료 현장의 혼란을 초래할 것”이라고 날선 비판을 쏟아냈다. 특히 만 18세 미만 소아만 가능했던 휴일·야간 시간대 비대면 상담이 전체 연령으로 넓어지는 데 대해 “편의적으로 단순 약 처방만받고자 하는 부적절한 의료 이용 행태를 낳을 가능성이 크다”고도 우려하고 있다.
약사단체도 발표 직후 “비대면진료 시범사업 지침 완화를 즉각 철회하라”는 성명서를 냈다. 약사들은 비대면 진료를 시행하는 주체는 아니나, 의약품 배송과 같이 비대면 조제로 이어지며 일선 약국가에 타격이 생길 것을 경계하고 있다. 대한약사회는 “시범사업 자문단에 참가한 많은 전문가들이 반대했음에도 정부가 귀와 눈을 감고 탁상행정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였다”며 “자문단 회의록을 모두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 자문단 회의는 지난 6월 시범사업이 시작된 이후 8·9·11월 총 세 차례 열렸다.
복지부는 현재 비대면 진료가 시범사업 단계인 만큼, 적극적인 보완 과정을 거쳐 제도화하겠다는 방침이다. 박민수 복지부 제2차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이번 보완방안의 주안점은 국민 편의와 함께 안전성을 균형 있게 맞춘 것”이라며 “초진 위험을 낮추기 위해 의사의 대면 진료 요구권을 명시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