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시 김단비 주무관의 베이비박스 아기 '엄마 품 복귀 작전'

추운 겨울 날, 출생과 함께 베이비박스로 향해야만 했던 아이가 10개월 만에 엄마 품으로 돌아갔다.

3일 용인시에 따르면 한국보건복지인재원이 주관하는 ‘2023년 아동보호 서비스 실천사례 공모전’에서 시청 아동보육과 김단비 주무관이 원가정 복귀부문 대상에 선정돼 보건복지부장관 표창을 받았다.

김 주무관이 큰 상을 받은 것은 원치 않은 임신에 의해 출생한 아이가 베이비박스에 유기 됐다가 다시 엄마 품으로 돌아가기까지 그와 용인시가 들인 노력을 인정 받았기 때문이다.

시에 따르면 지난 2021년 12월, 미혼모 A씨는 임신 사실조차 모른 채 갑작스레 아이를 출산했다. 아이의 아빠와도 연락이 닿지 않자 막막해진 그녀는 생후 이틀 된 아이를 베이비박스에 유기했다. 핏줄은 인연은 질겼다. 갓난아이 겉싸개에 적힌 병원명을 토대로 시설 담당자가 경찰에 이를 알렸고, 시에서도 이를 접수해 A씨를 찾아 나섰다.

A씨는 경찰 조사 후 재판을 받던 중 뒤늦게 모성애를 느꼈고 직접 아이를 키우기로 마음을 바꿨다.

하지만 입양특례법에 따른 입양 숙려기간인 생후 7일 이전에 아이를 유기했기 때문에 아동학대로 신고된 A씨가 아이를 다시 키우려면 아동보호전문기관의 원가족 복귀 프로그램(3개월)을 이수해야만 했다.

회사 일과 병행하는 탓에 프로그램 참여가 소홀했고 유대관계를 극복하려는 태도가 소극적이라는 판단으로 담당 기관은 아이의 원가정 복귀를 반대했다.



하지만 이 모든 과정을 지켜본 김 주무관의 생각은 달랐다. 시간이 흐르면서 진정한 엄마로서의 면모를 확인한 김 주무관은 친모가 아이를 키워야 한다고 직접 기관을 설득했다.

프로그램에 규정된 4회의 교섭으로는 유대감을 나누기 부족하다며 2회 추가 교섭을 요청해 A씨가 아이와 하룻밤을 보내며 모성애를 느끼도록 도왔다. 아이를 돌볼 환경을 조성하도록 안전문, 모서리 방지 캡 등 영유아 양육 물품을 지원했다.

용인시는 아동복지심의위원회 소속 사례결정위원회를 열어 A씨 사례를 심의했다. 시와 경찰, 교육지원청, 아동보호전문기관 관계자로 구성된 위원회는 시가 적극 나서 친모의 양육 의지를 북돋운 덕에 유대관계가 형성됐고 A씨가 아이를 양육할 인적 자원이 충분하다고 판단해 아이를 원가정으로 돌려보내기로 결정했다.

태어나자마자 베이비 박스에 유기돼 경기남부 아동일시보호소, 위탁가정을 오갔지만 아이는 여러 사람들의 관심 속에 건강히 자라 마침내 엄마 품으로 돌아가 현재 평범한 아이로 자라고 있다고 한다.

용인시는 이후 3개월마다 A씨 가정을 찾아가거나 전화로 양육 환경을 점검하고 있다. 통상 사례관리 아동에 대해 1년 동안 사후관리를 한다.

A씨는 김 주무관에게 “아이 백일상을 차려주지 못해 미안했는데 다행히 돌잔치는 제대로 치렀다”며 사진을 보내왔고 “현재 어린이집에 다니며 건강하게 자라고 있다”고 전했다.

김 주무관은 “처음 A씨를 만났을 때 ‘어머님’이라고 부르는 소리에 모친을 쳐다보는 등 스스로 아이를 낳은 엄마라고 느끼지 못한 듯 했다. 공모안 제목을 ‘내가 엄마라고요??’라고 지은 이유다. 하지만 꾸준한 설득 끝에 A씨가 서서히 마음을 돌려줘 정말 고마웠다”며 “앞으로도 보호 아동의 권익을 최우선으로 두고 아이의 행복을 위해 적극적으로 현장에서 뛰겠다”고 말했다.

한편 용인시는 아동학대 신고 접수 후 원가정과 분리돼 위탁가정이나 시설로 이동한 보호 아동에 대한 사례관리를 하고 있다. 이 같은 조치 속에 올해 197명의 보호 아동 중 8명이 원가정으로 복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