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권사들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리스크 현실화 시 감내해야 할 부동산금융 관련 손실 규모가 예상보다 훨씬 클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회계상 건전성 지표는 개선되고 있지만 대부분의 PF 대출 만기가 내년에 집중돼 개별 사업장 부실에 따른 손실 확대가 우려된다는 분석이다.
3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들의 부동산 PF 신용공여 잔액(매입 확약 기준)은 이달 1일 기준 16조 7040억 원으로 집계됐다. 부동산 PF 신용공여 잔액은 6월 말 19조 2426억 원으로 올해 최대치를 경신한 뒤 감소 추세를 보였다. 레고랜드 사태로 신용 경색이 불거졌던 지난해 9월 말 증권사들의 부동산 PF 신용공여 잔액은 19조 622억 원이었다.
신용공여란 금융거래 시 타인에게 재산을 일시적으로 빌려주는 것으로 대출과 유사하다. 매입 확약 물량은 부동산 개발 시행사가 PF 대출을 갚지 못할 경우 증권사가 대신 대출금을 갚거나 차환 부족분을 매입해야 하는 금액이다. 부동산 개발 사업이 부실에 빠지거나 실패하면 해당 사업에 매입 확약 신용공여를 제공한 증권사는 손실을 보게 되는 셈이다. 따라서 신용공여 규모가 줄었다는 것은 증권사들의 유동성 부담도 감소했다는 의미가 된다.
하지만 국내 신용평가사들은 침체된 부동산 시장을 고려한 실제 부동산금융 익스포저(위험 노출액)는 훨씬 크다고 경고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6월 말 기준 국내 증권사들의 부동산 PF 고정이하여신(회수에 문제가 생긴 대출 보유 수준을 나타내는 건전성 지표)을 1조 2000억 원으로 추산했지만 실제 잠재적인 익스포저는 6조 원에 달한다고 평가했다. 개발 사업이 정상적으로 진행되지 않았어도 만기 연장에 성공해 부실 대출에 포함되지 않은 대출이나 부동산 펀드 및 리츠 등 건전성 분류 대상에 포함되지 않아도 부실 가능성이 있는 부동산금융 등을 포함해 익스포저를 추산한 것이다.
특히 한국신용평가가 지난달 말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하반기가 만기인 증권사 부동산 PF 대출(6조 1000억 원)의 25%는 이미 1년 6개월이 경과한 사업장이다. 내년에는 3조 5000억 원 규모의 브리지론 만기가 돌아온다. 내년 상반기까지 단기 대출인 브리지론 상환이 집중돼 있는데 사업 기간 2년이 넘은 사업장의 경우 사업성 저하로 장기 대출인 본PF로 전환하지 못할 위험이 크다는 지적이다.
한신평은 “아직까지 상당 규모의 브리지론이 만기 연장을 통해 부실화가 지연되는 상황이지만 앞으로 선별적인 만기 연장과 재구조화로 부동산 PF 시장의 기조가 변할 경우 미뤄뒀던 부실이 빠르게 인식될 가능성이 있다”고 짚었다.
부동산 PF 부실 우려가 큰 중형 증권사들의 신용등급 전망 하향도 이뤄지고 있다. 한국기업평가(034950)는 지난달 28일 다올투자증권(030210) 일반 회사채 및 기업신용평가(ICR) 신용등급(A) 전망을 기존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낮췄다. 하이투자증권도 주가연계증권(ELS) 신용등급(A+) 전망이 ‘긍정적’에서 ‘안정적’으로 낮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