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 년 간 완구 유통업에 종사하며 자녀 둘을 키우고 있는 조호식(38)씨는 지난해 새 직업을 찾아 나서기로 결심했다. 저출산 영향으로 완구 산업이 예전 같지 않았기 때문이다. 10년 후 미래에도 유망한 분야를 찾다 정보기술(IT) 개발자에 도전하기로 결심하고 애플의 교육 프로그램 ‘디벨로퍼 아카데미’에 등록했다. 삼촌뻘에 가까운 나이였지만 그는 동료 교육생들로부터 ‘조이’라는 영어 이름으로만 불렸다. 많게는 20살 가까운 나이 차에도 어린 친구들과 개발 프로젝트들을 열정적으로 함께했고 9개월의 교육을 별탈없이 끝마칠 수 있었다. 그는 “서툴고 삐걱거리면서도 동료들과 논의하고 협의해 과제들을 과정을 터득했고 게임 기획자로 새출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애플 디벨로퍼 아카데미는 지난해부터 포항공대(포스텍)와 협력해 만든 개발자 양성 프로그램이다. 4일 200여 명의 두 번째 수료생들이 배출됐다. 아카데미의 핵심 키워드는 ‘다양성’이다. 흔히 개발자라고 하면 이공계 출신 남성들의 전유물일 것 같지만 수료생 중 여성 비중이 절반 가까이 된다. 연령대도 만 18세부터 만 38세까지 다양하다. 전공, 학력, 지역, 직업 등 여러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하나의 팀을 이뤄 프로젝트를 수행한다. 얼마 전까지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던 교사가 앱 개발을 하고 남매가 함께 들어와 생활하는 경우도 있다. 코딩의 기초도 모르고 오는 이들도 있지만 팀원들과 적절한 역할 분배 속에서 과제를 수행하다 보면 애플리케이션을 만들 수준까지 도달한다. 김정현(27) 씨는 “대학에서 컴퓨터 공학을 전공했고 iOS 개발자가 되고 싶다는 생각에 지원했다”면서 “디자인·프로젝트 매니저 등과의 협업을 통해 기대했던 것 이상으로 많은 경험을 얻었다”고 말했다.
애플 디벨로퍼 아카데미는 삶의 다양한 경험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이를 기반으로 전문적인 영역으로 심화시키려는 프로그램들로 주로 꾸려진다. 즉 단순 코딩 학원 역할에 그치지 않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렇게 진행된 교육 성과는 상당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주요 개발자 대회에서 우수한 입상 성적을 내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서울시가 주최한 해커톤 대회인 ‘새싹톤’의 1~3위가 모두 이곳 출신이다.
이날 수료생들이 선보인 앱 또한 여러 방면에 걸쳐 있었다. 수료생들은 스포츠·게임과 같은 엔터테인먼트 영역부터 프리젠테이션, 일정정리, 학습 등 실생활에 필요한 프로그램과 발달 장애 여성·청각장애인 등을 사회적으로 유용한 프로그램까지 내놨다. 주요 기업들도 애플이 길러낸 인재에 대한 관심을 두는 모습이다. 현대자동차와 네이버, 쏘카 등 기업 관계자들이 수료생 부스를 돌아다니며 앱을 하나씩 살펴봤다. 류석문 쏘카 최고기술책임자는 “교육 프로그램이 개발, 디자인, 기획 간의 균형 잡혀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라면서 “수료생들의 열정이 가득했고 자기주도학습의 효과가 크다는 점 또한 놀라웠다”고 말했다.
애플은 국내 교육 프로그램을 한층 강화할 계획이다. 디벨로퍼 아카데미의 ‘체험판’과 같은 4주 과정으로 진행되는 파운데이션 프로그램이 내년부터 진행된다. 수전 프레스콧 애플코리아 부사장은 “한국은 활기찬 개발자와 기업가 커뮤니티의 본거지”라면서 “애플 디벨로퍼 아카데미를 통해 재능 있는 차세대 개발자의 규모를 확장할 수 있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