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정국 경색으로 장기간 표류한 민생 입법 등을 풀어가기 위한 양당 지도부 간 협상 채널인 ‘2+2 협의체’를 6일부터 본격 가동한다. 본격적인 총선 국면에 진입하기 전에 주요 입법안들을 처리하려는 것이다. 해당 입법안들의 각론 차원에서는 양당의 간극을 좁히기 힘들어 개별 법안을 넘어 여러 법안들을 묶어 절충안을 주고받는 패키지딜(package deal)이 이뤄질지 주목된다.
5일 국회에 따르면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은 6일 주요 민생 법안 처리를 위한 ‘2+2 협의체’ 첫 회의를 열고 논의에 돌입한다. 여야는 협상 테이블 위에 올릴 법안 선정에 착수했다. 국민의힘은 50인 미만 사업장의 적용 유예 내용을 담은 중대재해처벌법을 비롯해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 특별법(고준위특별법) △유통산업발전법 등의 연내 입법을 완수하겠다는 방침이다. 민주당은 지역화폐 발행을 지원하는 내용의 지역사랑상품권 이용 활성화법을 필두로 △은행법 △소상공인 3법 △국립공공의료보건대학 설립운영법 및 지역의사양성법 등을 과제로 꼽았다.
여야가 모처럼 합심했지만 결과물 도출까지는 난항이 예상된다. 여야 수뇌부가 논의할 법안의 면면을 살펴보면 소관 상임위원회에서 수차례 논의됐음에도 이견을 좁히지 못하거나 상대가 이미 ‘반대’ 의사를 표명한 법안이 수두룩하다. 중대재해처벌법이 대표적이다. 당정은 50인 미만 기업에 대한 법 적용 2년 유예를 선언했지만 민주당은 ‘정부 공식 사과’ 등 세 가지 전제 조건을 꺼내든 상황이다. 여당의 한 핵심 관계자는 야당의 사과 요구에 대해 “(현장의 혼란을 유발한) 문제 있는 법안을 만들고 사과는 여당에 요구한다”고 반발했다. 여당이 ‘지역사랑상품권 이용 활성화법’에 협조해줄 것을 기대하기도 어렵다. 지역사랑상품권은 대표적 민주당표 정책으로, 여당은 ‘정책 효과’ 부족을 근거로 반대해왔다.
이 때문에 여야가 입법 세부 사항을 놓고 기술적인 협상을 벌이기보다는 막판에 패키지딜을 시도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우선 핵폐기물을 보관할 영구 처분장 설치를 지원하는 고준위특별법은 소관 상임위에서 열두 차례 논의됐지만 번번이 거대 야당의 반대에 가로막혀왔다. ‘부지 내 저장시설 규모’ 등 법안 자체의 쟁점도 있지만 그보다 이념 갈등으로 번지며 협상에 어려움이 있다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이에 따라 민주당이 고준위특별법 처리에 협조해주는 대신 국민의힘이 야권의 해상풍력특별법에 보조를 맞춰주는 식으로 협상이 진전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고준위특별법이 ‘탈원전’ 대 ‘원전 확대’라는 정쟁으로 번지며 협상이 잘 안 됐다”며 “여야 지도부가 해상풍력특별법과 연계해 타결을 시도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국민의힘은 우주항공청 설치를 위한 우주항공청법은 소관 상임위에 타결을 시도하겠단 입장이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이날 전체회의에서 안건조정위원회의 경과 보고를 듣고 우주항공청법을 소관 소위원회로 회부했다. 막판 쟁점이 됐던 항공우주연구원·한국천문연구원 소속에 대해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우주항공청 직속 기관으로 법제화하는 데 동의한다”는 입장 표명으로 합의에 근접했다는 게 여당의 입장이다. 하지만 민주당은 “정부의 수정안을 보면 이 장관의 말과 달리 항우연 등의 소속기관 이관에 대한 조문이 미비하다.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고 불씨를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