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혁신’ 실행 없는 與, 위기 진단도 ‘엑스포’처럼 할 것인가


국민의힘 혁신위원회가 여권 쇄신의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한 채 조기 해산 수순을 밟게 됐다. 혁신위는 11일 당 최고위원회에 혁신안을 보고한 뒤 활동을 종료하겠다고 7일 선언했다. 예정보다 보름가량이나 빠르다. 인요한 혁신위원장은 “국민 눈높이에서 국민이 무엇을 원하는지 잘 파악해서 50% 성공했다”며 “나머지 50%는 당에 맡기고 기대하며 좀 더 기다리겠다”고 말했다. 당이 혁신안을 공천에 반영해주기를 바란 것이지만 기약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인요한 혁신위는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 이후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당의 쇄신을 모색하기 위해 출범했지만 결국 ‘시간 끌기용 이벤트’에 그쳤다는 지적이 나온다. 혁신위는 인 위원장의 광주 5·18민주화운동 희생자 묘역 참배 등에 이어 여러 혁신안을 내놓으며 적지 않은 관심을 끌고 호응을 얻었다. 그러나 당 최고위가 공식 의결한 것은 이준석 전 대표 등에 대한 ‘대사면’ 안건뿐이었다. 특히 지도부·중진·친윤의 총선 불출마나 험지 출마 요구에 대한 응답은 전무했다. 국회의원 특권 배제, 전략 공천 원천 배제 등의 제안은 최고위 정식 안건에 올라가지도 못했다. 인 위원장이 6일 김기현 대표를 만나 ‘생즉사 사즉생(生則死 死則生)’을 강조했지만 뚜렷한 결과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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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쇄신의 약속을 이행하려면 문제부터 정확히 파악해야 하는데 여권의 위기 상황을 제대로 진단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쏟아진다. 2030 세계박람회(엑스포) 부산 유치전에서도 상황을 오판해 결선투표를 위한 70표는커녕 29표를 얻는 데 그쳐 1차 투표에서 고배를 마셨다. 강서구청장 선거에서도 “해볼 만하다”며 보궐선거의 원인을 제공한 김태우 후보를 공천해 17%포인트 이상의 큰 격차로 참패했다. 저성장 터널의 입구에 놓인 윤석열 정부에는 연금·노동·교육 개혁 등 해야 할 국가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 정부와 여당이 내년 총선 이후 안정적으로 국정을 운영하려면 국내 정치에서도 ‘엑스포’ 실패의 전철을 밟아서는 안 된다. 안이한 자세에서 벗어나 뼈를 깎는 반성을 하면서 제대로 진단하고 당정대(黨政大) 대개편과 대대적 쇄신으로 환골탈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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