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호조에 힘입어 올해 10월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2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한국은행이 8일 발표한 국제수지 잠정 통계에 따르면 올해 10월 경상수지는 68억 달러 흑자로 2021년 10월 79억 달러 이후 가장 많은 흑자를 냈다. 승용차·석유제품 등의 수출이 잘 되면서 전체 수출이 14개월 만에 증가세로 전환한 영향이 컸다. 경상수지는 올해 5월부터 6개월 연속 흑자 행진을 하고 있다. 경상 흑자 기조가 이어짐에 따라 본격적인 경제 회복 기대감도 나온다. 하지만 올 들어 10월까지 누적 경상 흑자(233억 7000만 달러)는 지난해 같은 기간(273억 8000만 달러)의 약 85% 수준에 그친다. 조기에 경제가 완전 회복될 것이라고 낙관할 수 없다는 신중론이 제기되는 이유다.
최근 미국의 내구재 가격이 떨어지고 중국의 신용 등급 전망이 하향 조정되면서 글로벌 디플레이션(경기 침체) 우려마저 확산되고 있다. 수출로 먹고사는 우리나라는 이런 때일수록 예산·세제·금융 등 전방위 지원으로 수출 증진을 위한 총력전을 펼쳐야 한다. 무엇보다 예산이 제때 뒷받침돼야 수출 불씨를 확실히 살리고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 그런데도 여야 정치권은 당리당략에 빠져 내년도 예산안 처리를 마냥 미루고 있다. 예산안은 법정 시한(12월 2일)은 물론 정기국회 회기 내(12월 9일)에도 처리되지 못하게 됐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여야의 신경전이 길어질 경우 예산안 처리가 해를 넘기면서 사상 초유의 준예산 사태를 맞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예산안 처리 지연을 여당 탓으로 돌리며 ‘야당 단독안’을 처리하겠다며 으름장을 놓고 있다. 민주당은 예산안을 뒷전으로 미룬 채 8일 21대 정기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도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노란봉투법’과 ‘방송 3법’을 다시 표결에 부치는 입법 폭주를 계속했다. 민주당은 이 법안들이 모두 부결돼 폐기 수순을 밟게 될 것임을 뻔히 알면서도 무리수를 강행했다. 우리 경제는 수출 활로를 열어 재도약하느냐, 아니면 저성장 고착화의 길로 들어서느냐의 갈림길에 서 있다. 경제 회복의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으려면 국회가 무한 정쟁을 멈추고 예산안을 20일 본회의에서라도 반드시 처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