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국회·정당·정책

여야 벼락치기 입법도 '헛방'…시급법안은 밀렸다

'2+2 협의체' 12일 20개 법안 논의

여야 지역상품권법 등 상정 예정

입장차 커 '패키지 딜' 난항 전망

'표심' 거리 먼 경제법안 폐기 우려

국회 본회의장. 연합뉴스국회 본회의장. 연합뉴스




여야가 최근 21대 국회의 마지막 정기국회 본회의에서 벼락치기 식으로 다수의 법안들을 처리했지만 여전히 시급한 경제 법안들이 대거 뒷전으로 밀려 있다. 여야는 내년도 총선에 신경이 쏠려 있어 현재 표류하고 있는 미처리 법안 중 상당수가 21대 국회 임기 종료와 더불어 폐기될 위기에 처했다. 거대 양당은 ‘2+2 협의체’를 통해 주요 법안들을 처리하겠다는 입장이나 서로 우선시하는 쟁점들이 첨예하게 갈려 ‘합의점 찾기’가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10일 정치권에 따르면 여야는 11일부터 임시국회를 열어 올해 마무리 짓지 못한 쟁점 법안들에 대한 심사를 이어간다. 양당 정책위의장·원내수석부대표의 참여하에 12일 첫 회의를 갖는 ‘2+2 협의체’에서는 여야가 각각 10개씩 법안을 상정해 논의한다. 여야 모두 이미 테이블에 올릴 ‘법안 리스트’를 뽑아둔 상태지만 상대에게 패를 숨겨야 수싸움에서 유리하다는 판단에 따라 당일 회의에서야 대상 법안을 공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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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양당의 관심 법안이 명확한 만큼 어느 정도 윤곽이 그려진다. 먼저 국민의힘은 △중대재해처벌법 개정안 △고준위방폐물관리 특별법 △우주항공청 특별법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 등을 안건으로 제시할 가능성이 유력하다.

이 중 중대재해처벌법 개정안과 고준위방폐물관리 특별법, 우주항공청 특별법은 더불어민주당도 법안의 필요성을 공감하면서도 전제조건을 내걸고 있다. 민주당은 근로자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유예에 앞서 정부의 사과, 2년 뒤 무조건 전면 시행 등을 요구했다. 고준위 특별법은 저장용량을, 우주항공청법은 한국항공우주연구원과 한국천문연구원의 이관 문구 등 법안의 본질과 관련 없는 사항으로 인해 여야의 자존심 싸움이 길어지고 있다.

민주당은 △지역사랑상품권활성화법 개정안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안 △소상공인 3법 △은행법 개정안 등을 상정할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대선 공약인 지역사랑상품권법 등은 정부 여당의 반대가 거세 이견을 좁히기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협의체의 성격상 야당의 요구사항만 무시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각 당이 제시한 법안들을 묶어 처리하는 ‘패키지딜’ 협상으로 진행되는 만큼 서로 주고받는 게 아니라면 논의가 불발될 가능성이 높다. 협의체에 참여하는 한 관계자는 “서로 주고받을 법안이 있는지를 놓고 의논할 예정인데 어디까지 합의가 가능할지 모르겠다”며 “가능한 1~2개의 법안이라도 통과시켜야겠지만, 현재로서는 오리무중인 상황”이라고 밝혔다.

여야의 관심 속에서 멀어진 경제 법안은 21대 국회 내 처리가 요원하다. 금융, 벤처·스타트업 등 산업계의 요구가 빗발치고 있으나 국회가 22대 총선을 4개여월 앞두고 국민적 관심도가 높은 법안에만 골몰하는 탓이다. 벤처 투자를 돕는 ‘기업성장집합투자기구(BDC)’ 도입을 위한 자본시장법 개정안과 기업주도형 벤처캐피털(CVC) 규제 완화를 골자로 한 공정거래법 개정안 등은 야당 내에서도 이견을 보이며 법안이 계류하고 있다. 금융위기에 대비해 금융사에 대한 선제적 자금 지원 제도인 ‘금융안정계정’을 담은 예금자보호법 개정안 등도 우선순위에서 밀려 아직 법안소위에 머물고 있다. 이른바 ‘로톡법’이라 불리는 변호사법 개정안과 ‘비대면진료 제도화’를 위한 의료법 개정안 역시 ‘직역단체 눈치보기’로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이진석 기자·정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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