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5월 경북의 한 지방 소도시 주택가 앞. 사람들이 바쁜 일상을 보내는 한 낮에 돌연 두 남성이 언쟁을 벌였다. 다툼은 양측 사이 고성과 욕설이 오가면서 한층 과격해졌다. 50대 A·B씨가 다투는 이유는 간단했다. B씨가 최근 A씨 동거녀와 단둘이 늦은 시간까지 술을 마셨냐는 게 발단이 됐다. A씨는 화를 참지 못하고 주위에 놓여있던 소주병을 들어 B씨 머리를 가격했다. B씨도 깨진 소주병으로 반격했다. 이는 A씨가 B씨를 때리고 떨어뜨린 것이었다. A씨는 치아가 깨지는 치아 파절로 전치 3주의 진단을 받았다.
‘두 남성 사이 싸움이 벌어졌다’는 주민 신고로 경찰이 출동했다. 하지만 이미 두 사람은 자리를 벗어난 이후였다. 현장 수사를 완료한 경찰은 사건 발생 보고서를 기반으로 두 사람을 재판에 넘겼다. 기소 후에는 얼마 되지 않아 양측 합의도 이뤄졌다.
겉보기에는 사소한 시비 끝에 생긴 쌍방 폭행 사건이었다. 하지만 1심 재판부의 판단은 A·B 두 피고인에 대해 판단을 달리했다. 법원은 먼저 폭행을 행사한 A씨에 대해서는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소주병으로 B씨를 가격한 특수폭행죄가 인정된 것이다. 하지만 B씨에 대해서는 무죄로 판단했다. A씨가 ‘B씨가 무엇으로 때렸는지 기억이 안 난다’는 등 진술의 일관성이 없다는 이유였다. 양측이 중죄에 해당하는 특수폭행 혐의를 받고 있으나 재판부가 A씨는 유죄로, B씨는 ‘죄가 없다’고 본 셈이다. 형법 제261조에 따르면 단체 또는 다중의 위력을 보이거나 위험한 물건을 휴대해 폭행의 죄를 범한 때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법률상 일반 폭행죄(2년 이하 징역·500만원 이하 벌금)과 비교해 법정 최고형이 높게 명시되는 등 중죄로 여겨진다.
검찰은 즉각 항소했다. 2심 재판을 맡은 박강일 대구지검 공판2부 검사는 사건 당시 상황에 주목했다. 유무죄가 갈렸으나 사건은 쌍방이 폭행을 가한 사건이었다. 어느 부위를 맞았다는 A씨 진술과 함께 상해 부분을 증명할 사진도 있었다. 3주 동안의 치료가 필요하다는 병원 진단서도 존재했다. 폭행에 사용된 소주병이 사건 현장에 깨져 있는 사진도 A·B씨가 서로 상해를 가했다는 증거였다. 박 검사는 항소심 법정에서 사건을 맡았던 현장 경찰관에 대한 증인 심문을 진행했다. 통상 증인 심문은 주로 1심에서 이뤄진다. 때문에 항소심에서 증인을 따로 불러 심문하는 경우는 드물다. 또 박 검사가 각종 증거를 법정에 제시하고 설명한 결과 B씨에게 징역 6개월의 실형이 선고됐다.
박 검사는 “현장 사진을 물론 경찰 진술까지 양측 혐의가 명확했다”며 “증거 등이 분명했던 만큼 혐의 부분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었다”고 말했다. 쌍방 폭행이라는 혐의를 분명히 입증함으로써, A·B씨가 모두 본인이 저지른 죄에 대한 처벌을 받게 된 셈이었다. 혹여 한 쪽이라도 억울함이 생길 수 있는 사건을 추가적인 법정 절차를 통해 바로 잡은 것이다.
▶서울경제는 해당 기사로 인해 피해자가 2차 가해 등 아픔을 겪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익명 처리하는 한편 사건 내용도 실제와는 조금 다르게 각색해 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