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미래지향적 선거제도 개편 방향  

김형준 배재대 석좌교수(전 한국선거학회 회장)

민주당 '연동형 비례제' 약속했지만

이재명, 원칙포기 '병립형 회귀'시사

선거제 개편, 정치공학적 접근땐

거대당만 유리, 대의정치 퇴보할 것





더불어민주당과 범여 군소 정당들은 2020년 21대 총선을 앞두고 현행 ‘준(準)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통과시켰다. 이 선거제도는 각 당의 정당 득표율에 비례해 전체 의석을 나눠 갖는다. 따라서 정당 득표에 따라 비례대표 의석만 배분하는 기존의 병립형과는 차이가 있다. 그런데 지역구에서 의석을 많이 얻은 정당일수록 역설적으로 비례대표 의석을 적게 가져가게 되는 허점이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거대 양당은 비례대표 의석 획득용 위성정당을 만들어 선거를 치렀다. 선거 후 이들 위성정당을 합당하는 꼼수를 부렸다.

이런 기형적인 제도를 바꾸기 위해 그동안 위성정당 방지법 등 선거제도 개편 논의가 진행됐지만 결과는 아직 오리무중이다. 여야가 선거법 합의에 실패해 현행대로 총선이 치러지고 위성정당이 만들어지지 않으면 소수 정당의 원내 진입이 쉬워질 수 있다. 이 점을 노려 신당들이 우후죽순 생겨날 수 있다.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는 ‘윤석열 퇴진당’을 만들겠다고 공언했고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내년 총선에서 “돌 하나는 들어야겠다”며 신당 가능성을 열어놓았다.



여기에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의 ‘연합 비례정당 필요성’ 발언은 “민주당이 야권 제3세력들과 연합하는 형태로 위성정당을 만들 수 있다”는 해석을 낳고 있다. 그는 “기본소득당은 물론이고 현재 소위 비례정당 창당 작업이 곳곳에서 있는데, 이런 쪽에서 민주당에 연합해서 같이 하자는 제안들이 있다”며 “그런 세력들과 연합 비례정당을 만들 필요성은 있다”고 했다. 이렇게 되면 선거 때만 생겨났다가 사라지는 이른바 ‘떴다당(黨)’ 천국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관련기사



여야는 7일 선거제 관련 ‘2+2 협의체’ 첫 회의를 진행했고 민주당은 이달 15일을 시한으로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서 이와 관련해 결론을 내달라고 했다. 그런데 민주당이 선거제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정하지 않아 난항이 예상된다. 민주당은 연동형 비례대표제와 위성정당 방지를 수차례 약속했다. 그런데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멋지게 지면 무슨 소용이 있느냐”며 병립형 회귀 쪽으로 기운 발언을 했다. 이는 ‘원칙 없는 승리’보다 ‘원칙 있는 패배’를 중시했던 노무현 정신을 훼손시키는 것이다. 이 대표는 불체포특권 관련 말 바꾸기로 논란을 일으킨 적이 있다. 그런데 또다시 대선 때 약속한 ‘위성정당 없는 준연동형 비례제’를 지키지 않으면 당내 거센 저항에 직면할 것이다.

앞으로 국회 선거제도 개편은 병립형 비례대표제, 연동형 비례대표제와 위성정당 창당, 연동형 비례대표제와 연합 비례정당 추진 등 세 가지로 축약된다. 선거제도는 정치 게임의 주요 기본 규칙으로 민주정치의 핵심인 대의 과정의 본질을 규정해준다. 선거제도가 어떻게 짜여 있느냐에 따라 대의 민주정치가 활성화될 수도 있고, 반대로 퇴보할 수도 있다. 가령 선거제도 자체가 왜곡돼 거대 정당이 소수 정당보다 유리하거나, 자신이 얻은 득표율보다 훨씬 많은 보너스 의석을 얻게 되면 선거는 제대로 기능한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선거제도 개편은 ‘누구에게 유리하느냐’는 정치 공학적 시각에서 접근해서는 안 된다. 대원칙은 비례성과 대표성의 수준을 높이는 방향으로 개혁하는 것이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