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정책

박현주, 印 선점 승부수…5000억 통큰 베팅

■인도 9위 쉐어칸증권 인수…미래에셋 글로벌경영 활짝

'세계 4대 증시 부상' 印 잠재력 꿰뚫어

2006년 운용 이어 증권도 2018년 상륙

M&A로 온라인 브로커리지 확대 '날개'

인도인 부회장 승진 등 시장 공략 가속

지역별 특화전략으로 K금융 영토 넓혀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 서울경제DB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 서울경제DB




국내 금융투자 업계 최대 글로벌 네트워크를 갖춘 미래에셋증권(006800)이 약 5000억 원에 인도 9위 증권사를 인수하는 데 성공했다. 미래에셋그룹은 박현주 회장이 진두지휘한 이번 인수합병(M&A)을 토대로 인도 현지 금융 사업을 본격적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본지 9월 1일자 19면 참조



미래에셋증권은 프랑스 은행 BNP파리바와 인도 쉐어칸증권 인수를 위한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한다고 12일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쉐어칸증권의 지분 72.76%를 2882억 9529만 원에 직접 인수한다고 공시했다. 또 쉐어칸증권의 나머지 지분 27.24%를 보유한 지주사 휴먼밸류디벨로퍼스프라이빗의 지분 99.9%를 1989억 6071만 원에 사들여 사실상 지분을 전량 인수한다고 덧붙였다. 미래에셋증권은 총액 4872억 5600만 원(약 300억 루피)의 인수 대금을 모두 현금으로 지급할 예정이다. 미래에셋증권이 인도 증권사를 인수하는 것은 2018년 업계 최초로 현지에 진출한 지 5년 만의 성과다.

미래에셋증권은 “인도 증권 산업의 구조적 장기 성장성에 주목해 인수를 결정했다”며 “각 지역 특화 전략으로 글로벌 비즈니스 영토를 꾸준히 확장해온 미래에셋증권이 또 다른 K금융 수출의 성공 스토리를 쓰게 됐다”고 설명했다.




미래에셋증권이 이날 인수한 쉐어칸증권은 2000년에 설립돼 2016년 프랑스 은행 BNP파리바에 인수됐다. 총 임직원 수 3500여 명, 총 계좌 300만 개, 지점 수 130여 곳으로 인도 내 9~11위권 증권사로 분류된다. 쉐어칸증권의 주력 사업은 브로커리지(주식 위탁매매)로 인도 내 400여 개 지역에 4000명 이상의 외부 전문 투자자를 비즈니스 파트너로 두고 있다.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2100만 달러(약 276억 원) 수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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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투자 업계에서는 이번 인수 건은 박 회장의 뚝심이 아니었다면 나올 수가 없는 결과라고 평가했다. 다른 증권사들이 인도 시장을 불모지처럼 여기던 시절부터 박 회장만 그 잠재력에 일찌감치 눈을 뜨고 지속적으로 투자한 성과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앞서 미래에셋자산운용과 미래에셋증권은 2006년과 2018년 중국을 대체할 투자처를 찾아 업계 최초로 각각 인도 시장에 진출한 바 있다. 미래에셋운용은 현재 인도의 유일한 독립 외국자본 운용사로 발돋움해 현지 점유율 9위까지 올라선 상태고 미래에셋증권은 온라인 브로커리지 고객을 70만 명 이상 모았다. 박 회장은 올 10월에도 글로벌 전문가인 김미섭 대표와 이정호 홍콩법인 최고경영자(CEO)를 각각 미래에셋증권 부회장으로 전격 승진시켰고 미래에셋운용 인도법인의 스와럽 모한티는 외국인으로는 처음으로 부회장 자리에 올랐다. 4월에는 20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해 인도 사업 확대에 필요한 실탄을 확보했다.

실제로 박 회장의 혜안은 최근 인도 증시의 급격한 성장으로 입증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인도 증권시장의 시가총액은 5일(현지 시간) 사상 처음으로 4조 달러(약 5264조 원)를 넘어서 세계 4위인 홍콩과의 격차를 빠르게 좁히고 있다. 올 들어 인도 증시가 13% 이상 올라가는 사이 홍콩의 주요 지수는 17%가량 급락하면서 시총이 4조 7000억 달러(약 6186조 원) 아래로 내려갔다. 외국인투자가들도 올해에만 인도 주식을 150억 달러(약 19조 7000억 원) 이상 순매수했다. 코로나19 이후 글로벌 경기가 침체를 걷는 와중에도 인도만 6~7%에 이르는 고속 성장을 한 결과다. 인도 증시가 8년 연속 상승세를 기록하면서 인도증권거래소(NSE)에 상장된 기업들의 시총도 최근 3년간 1조 달러나 불어났다.

미래에셋증권은 “이번 M&A로 장기 성장 중인 인도 증권업을 선점할 기회를 잡았다”며 “미래에셋운용과 함께 그룹 차원의 시너지 효과를 창출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박 회장은 글로벌전략가(GSO)로 취임한 직후부터 해외 사업 강화에 집중하면서 2018년에 미국 혁신 테마형 상장지수펀드(ETF) 선두 운용사인 ‘글로벌엑스’를, 지난해에는 호주 운용사 ‘글로벌엑스오스트레일리아(옛 ETF시큐리티스)’를, 올 상반기에는 영국의 ETF 시장 조성 전문 회사인 GHCO를 각각 인수했다. 이에 힘입어 2017년 660억 원에 불과했던 미래에셋증권의 해외 법인 순이익은 2020년 2000억 원을 돌파했다. 박 회장은 1월 뭄바이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인도법인 15주년 기념행사에서 “인도는 높은 교육열과 세계 최고 수준의 대학, 높은 자존감, 영어 공용화 등 무궁무진한 성장 가능성을 갖춘 나라”라며 “인도의 잠재력을 높이 평가하고 오랜 시간 적극적인 투자를 아끼지 않은 미래에셋이 인도와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앞으로도 노력하겠다”고 역설했다.


윤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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