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로 여는 수요일] 애기메꽃

홍성란


한때 세상은

날 위해 도는 줄 알았지




날 위해 돌돌 감아 오르는 줄 알았지

​들길에



쪼그려 앉은 분홍치마 계집애

관련기사







쪼그려 앉은 무릎을 펴고 일어서보니 키가 훌쩍 자랐지. 분홍치마가 유치해져서 벗어던졌지. 날 위해 돌던 세상은 따로 돌고 있었지. 세상의 중심을 향해 내가 돌아야 했지. 어지러워서 발이 엉키고 쓰러지기도 했지. 한때 세상이 나를 위해 돌았던 추억의 힘으로 다시 일어서지. 할머니가 되어도 분홍치마의 색깔은 바래지 않지. 애기메꽃은 다 자라도 애기메꽃이지. 애기메꽃이 메꽃 되고, 메꽃이 큰메꽃 되는 것은 아니지. 사실 세상은 아직도 나를 위해 돌고 있지. 세상의 주인공이 나인 걸 나만 모를 때가 있지. <시인 반칠환>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