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언즈’를 만든 미국 애니메이션 제작사 ‘일루미네이션’처럼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한 세계적인 스튜디오를 꿈꿔요. 신작 ‘히어로 인사이드’를 중심으로 다양한 IP(지식재산권)를 형성해 브랜드를 성장시키는 게 목표입니다.”
두 마리의 애벌레 이야기를 담은 넌버벌 애니메이션 ‘라바’의 흥행 신화를 쓴 맹주공 감독(50)이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지난달부터 투니버스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티빙을 통해 방영되고 있는 애니메이션 ‘히어로 인사이드’는 제작비 200억 원, 제작 기간만 3년이 걸린 대작으로 꼽힌다.
작품은 맹 감독이 라바 제작사 투바앤에서 독립한 후 설립한 제작사 밀리언볼트와 CJ ENM이 공동으로 기획·제작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를 배경으로, 코믹북 작가 스캇이 100명의 히어로를 주인공으로 그린 책 100권이 사라진 상황에서 주인공 ‘마이크’가 만화책 속 히어로와 인연을 맺은 후 일어난 이야기를 담았다.
지난달 HBO맥스를 통해 남미에 먼저 공개된 ‘히어로 인사이드’는 OTT 순위 집계 사이트 플릭스패트롤에서 HBO맥스 글로벌 TV쇼 부문 5위에 오르는 등 좋은 반응을 얻었다. 미국 뉴욕을 배경으로 한 ‘라바’에 이어 샌프란시스코 배경을 통해 전 세계에 넓은 공감대를 형성하려 했던 생각이 결실을 맺었다. 서울 성동구 밀리언볼트 사옥에서 서울경제신문과 만난 맹 감독은 “쇼 자체의 재미로 승부한 ‘라바’의 장점을 배웠다”면서 “전 세계 대중에게 거부감 없이 다가갈 수 있도록 배경과 캐릭터를 선정했다”고 말했다.
맹 감독은 높은 완성도를 위해 물심양면 노력을 기울였다고 했다. 그는 애니메이팅 과정에서 “움직임, 색감 등 여러 FX(효과)를 쏟아부었다”고 말했다. 애니메이션 ‘파워퍼프걸’로 유명한 미국 작가 제이크 골드먼이 메인 작가로 참여한 만큼 대사에도 특색을 더했다.
맹 감독은 특히 ‘스토리보드(콘티)’ 단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스토리보드 단계는 제작 중 가장 중요한 단계다. 한국은 스토리보드 과정을 소홀히 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글을 영상으로 옮길 때 스토리보드 단계에서 세련되거나 재미있는 연출이 들어가야 각색이 마무리되는 것이다. 이 단계를 꼼꼼히 하면 나중에 연출을 뒤바꾸지 않아 돈을 절약하는 이점도 있다”고 강조했다.
작품은 이달부터 순차적으로 유럽·중동·동남아시아 등 100여국에 방영 예정이다. 내년 하반기에는 북미에도 진출한다. 이제 첫 발을 내디딘 사업이지만, 맹 감독은 애니메이션 특성상 장기적인 성과를 바라보고 있다. 그는 “한국 애니메이션 시장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성공하는 작품이 나와야 한다. 그래야 투자한 돈을 회수하고 재투자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IP 사업은 ‘히어로 인사이드’ 사업화의 핵심이다. 밀리언볼트는 유럽 최대 미디어 기업 데아 플라네타와 계약을 체결해 유럽·남미에서 글로벌 IP 사업에 나설 계획이다. 또 넷마블과 글로벌 게임 라이선스 계약 체결 후 게임화를 추진 중이며, 국내 완구 업체 오로라 월드와는 완구 상품 출시를 앞두고 있다.
맹 감독은 “할 수 있는 게 애니메이션이니 그걸로 다양한 도전을 하고 싶다”는 포부를 보이기도 했다. ‘히어로 인사이드’는 시즌 2의 제작도 마무리해 내년 하반기 공개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