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백상논단]내년은 지구촌 선거의 해, 다층적 영향 대비해야  

남성욱 고려대 통일융합연구원장

美 등 세계 40개국 대선·총선

'트럼프 2기' 가능성 배제못해

IRA 등 경제·안보 급변 우려

지금부터 면밀한 대비책 마련을





2024년 갑진년은 유별나게 각국의 선거가 몰려 있다. 세계 40개 나라에서 대선과 총선이 열린다. 세계 인구와 총생산의 약 40%를 차지하는 유권자 40억 명이 일제히 투표소로 향한다. 지구촌의 선거 결과는 매번 뉴스가 될 것이다. 1월 대만 총통 선거를 시작으로 3월 러시아·우크라이나 대선, 4월 한국·인도 총선, 6월 유럽의회 선거를 거쳐 11월 미국 대선까지 빼곡하게 차 있다.

선거는 해당 국가의 민의를 반영하지만 결과는 바다 건너 우리에게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지구촌 시대 국제정치 안보에서 경제에 이르기까지 촘촘하게 연계되지 않은 분야가 없기 때문이다. 각국의 선거 결과는 지정학적인 지각 변동을 불러일으키고 글로벌 경제 안보에도 연쇄적인 파장을 일으킬 수 있다. 최근 폴란드 선거 결과 3조 원 규모의 방산 수출 계약이 번복될 수도 있다는 전망은 그 예다.



당장 새해 벽두에 치러지는 대만 총통 선거부터 영향이 심상치 않을 것이다. 현재 지지율 1위이며 반중 성향인 집권 민진당의 라이칭더 부총통이 당선되면 양안 갈등이 첨예화되고 미중 긴장이 고조될 수 있다. 동북아는 물론 한반도 경제 안보에 영향을 끼친다. 물론 반대의 시나리오도 가능하다.

관련기사



초미의 관심사는 11월 미국의 대선이다. 초고령의 현직 대통령이 고령의 전직 대통령에게 밀리고 있다는 워싱턴 정가의 소문은 한미 동맹의 현재와 미래에 다양한 변수를 예측하게 한다. 도널드 트럼프 2기를 겨냥해 400여 명의 외교 안보 전문가들이 정책보고서를 작성했고 한국의 안보·경제 무임승차론을 거론할 것이라는 평가도 있다. 주한미군의 방위비 분담금 5배 인상 요구는 기본이며 김정은과 브로맨스를 재연하는 정상회담 리얼리티 쇼를 감행하며 북핵을 용인할 우려도 있다. 이 과정에서 주한미군 철수 카드까지 들고 나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한미 간에 합의된 워싱턴선언으로 핵협의그룹(NCG)을 내실화하면서 한미일 3각 협력 체제를 제도화하는 구상도 흔들릴 수 있다. 친러시아 성향의 트럼프 행정부가 백악관에 입성할 경우 우크라이나 전쟁의 조기 종전 가능성도 현실화될 수 있다. 후속적으로 연쇄 나비 효과가 발생할 것이다.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워 관세를 무조건 10% 인상한다는 소문도 있다. 재정적자를 국내 세금이 아닌 외국 관세에서 충당하는 전략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조 바이든 대통령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폐기할 것이라고 공언한 상태다. 청정에너지 투자가 축소되면 미국의 전기차 배터리, 태양광 패널, 풍력발전 생산 시설에 투자한 한국 기업들의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

국제정치에서는 영원한 것도 당연한 것도 없다. 70년 전 이승만 대통령은 워싱턴에서 한미 상호방위조약을 체결하고 “후손들이 대대로 안심하고 살 수 있게 되었다. 다만 잘 관리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국제정치를 관통하는 혜안이었다. 기본적인 상호방위조약으로 한미 양국을 묶어 놓았지만 국가 간 합의는 언제든지 지도자에 따라 흔들릴 수 있다는 예견이었다. 최근 100세로 서거한 헨리 키신저 전 미 국무장관은 외교정책의 기본은 국익이라고 일갈했다.

민관은 지금부터 워싱턴의 조야를 다층적으로 파악하고 각종 방비책을 마련해야 한다. 세밀하고 미시적인 국제정세 조망과 판단으로 엑스포 유치전 때와 같은 정보전 실패를 반복해서는 안 된다. 푸른 청룡의 해인 2024년 양안 관계와 태평양 건너 백악관의 동향은 우리 안보와 경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것이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시나리오에서는 한미 간에 합의된 확장억제(extended deterrence)가 ‘금전적인 문제’로 벽에 부닥치고 주한미군 철수가 구체화되는 경우 자체 핵무장 노력 등도 플랜B로 준비해야 한다. 중동과 우크라이나의 전쟁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다. 정확한 예측이 어려운 글로벌 전쟁의 시기에 정책의 스펙트럼은 과거와 다를 수밖에 없어야 한다.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을 갈 수도 있는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