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경제·금융일반

[단독] 상속세 개편 시동…유럽 등 25개국 세제 조사

韓 최고세율 60% 달해 OECD 최고

정부, 외교부에 공문…사례파악 요청

작년 TF 꾸려…유산취득세 전환 검토





정부가 미국·영국·프랑스·스웨덴 등 25개국의 상속세 제도 조사에 나섰다. 지난해 착수한 상속세 개편과 관련한 후속 작업으로 풀이된다. 이에 정부가 검토 중인 유산취득세 전환이 내년부터 본격화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18일 관계 부처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최근 외교부에 주요국 대사관을 대상으로 상속세 해외 사례 조사를 요청하는 공문을 발송했다. 기재부가 상속세 사례 파악을 요청한 국가는 미국·영국·덴마크·프랑스·스페인 등 25개국이다. 현재 기재부는 일부 대사관이 제출한 조사 보고서를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관계자는 “벤치마킹할 제도가 있는지 살펴보기 위해 (조사를) 요청한 것”이라며 “(해외 사례는) 여러 측면에서 검토 중인 단계”라고 설명했다.

기재부가 외교부에 이같이 요청한 것은 유산취득세 전환 논의를 정교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풀이된다. 앞서 기재부는 지난해 10월 ‘상속세 개편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유산취득세 전환 검토 작업에 착수했다. 기재부는 같은 달 법무법인 광장과 삼정회계법인에 상속세 개편 법제화 연구용역도 발주한 바 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이 지난달 국회에서 상속세를 두고 “한번 건드릴 때가 됐다”고 언급한 것도 이러한 배경에서다.



기재부가 상속세 사례 파악을 요청한 국가 명단에서도 이 같은 의도를 엿볼 수 있다. 한국을 비롯해 미국·영국·덴마크 등 3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드물게 유산세 방식을 채택한 국가다. 유산세는 고인이 남긴 재산을 기준으로 세금을 매기는 방식이다. 반면 정부가 검토하고 있는 유산취득세 방식은 상속인별로 상속받은 금액을 기준으로 세금을 매겨 결과적으로 세 부담이 줄어드는 효과가 발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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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스위스 등 유산취득세 방식을 채택한 국가가 이번 조사 명단에 대거 포함된 것도 이 때문으로 보인다. 정부는 특히 국내 민법과 상속세 제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 독일과 프랑스 사례를 집중적으로 살펴볼 것으로 예상된다. 명단에는 또 호주·뉴질랜드·스웨덴 등 상속세 폐지 국가도 담겼다. 이들 국가는 각각 1977년, 1992년, 2005년 상속세를 폐지했다. 이밖에 명단에 포함된 콜롬비아는 상속세 제도 자체를 도입한 적이 없다.

한국의 상속세 최고세율(50%)은 이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일본(55%) 다음으로 높다. 최대주주 할증 과세 적용 시 최고세율은 60%로 치솟아 OECD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 된다. 상속세 제도를 도입한 OECD 국가 평균치(약 25%)보다 2배 이상 높다.

정부가 내년 세제개편안을 통해 유산취득세 전환을 본격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자산 가격이 올라 상속세 과세 인원도 갈수록 늘고 있기 때문이다. 국세통계포털에 따르면 상속세 과세 인원은 2018년 8002명에서 지난해 1만 5760명으로 최근 5년 새 2배 가까이 늘었다. 20년 전인 2002년(1661명)과 비교하면 9배 이상 많다.

상속세 적용 대상이 늘면서 관련 세제개편 요구도 이에 커지고 있다. 하지만 정부의 상속세 개편 작업은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상속세 개편 논의가 자칫 ‘부자 감세’ 논란을 일으킬 수 있어 당정이 주춤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내년 총선 등이 예정된 만큼 정부가 섣불리 나서기에는 부담스럽다는 기류가 강한 상황이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 후보자가 최근 국회에 제출한 인사청문회 답변서에서 “상속세 개편은 충분한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해 추진해야 할 사안”이라며 신중한 입장을 내비친 이유다.

기재부가 꾸린 상속세 TF도 올 초 회의를 끝으로 사실상 해산됐다. 당초 올 5월 끝낼 예정이었던 연구용역 역시 기간을 수차례 연장하며 아직 최종 결론을 내놓지 못했다. 이와 관련 기재부 측은 “연내 연구용역을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세종=이준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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