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경제·마켓

멕시코 투자 늘리는 중국車, 계획이 있었네[뒷북 글로벌]

■Global Why…멕시코 진출하는 中 전기차

MG·BYD 등 최대 20억弗 투자

나프타 적용시 美보조금 수혜

제재 회피·시장 확대 동시 고려

중국차 3사, 부지선정 등 협상

美 "자국 시장 뒷문 활용 우려"

中, 칩 생산 우회처 말레이 낙점

독일 뮌헨에서 열린 IAA 모빌리티 2023에서 관람객들이 비야디(BYD) 차량을 둘러보고 있다. 신화연합뉴스독일 뮌헨에서 열린 IAA 모빌리티 2023에서 관람객들이 비야디(BYD) 차량을 둘러보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중국이 미국의 제재를 피하기 위한 ‘약한 고리’로 멕시코를 집중 공략하고 있다. 중국 최대 전기차 업체들이 잇따라 미국과 인접한 멕시코에 대규모 투자를 하며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우회하겠다는 속내를 드러내면서 뒷문 공략에 나섰다. 저렴한 노동력에 IRA 혜택이 적용되는 멕시코를 발판으로 미국 시장에 진출하려는 중국 업체들 때문에 중국을 공급망에서 배제하려는 미국의 정책도 차질을 빚을 것으로 전망된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7일(현지 시간)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 정부 관계자들이 최근 멕시코 정부 인사들과의 회담에서 중국 투자와 관련해 문제를 제기했다”고 보도했다. 회의에 참석한 멕시코 관리들은 미국의 신경을 거슬리게 할 수 있는 만큼 중국의 투자를 유치할 때 신중해야 한다는 점을 인정했다고 전해졌다.

소식통에 따르면 중국 상하이자동차(SAIC) 산하의 MG, 비야디(BYD), 체리자동차 등 3사가 멕시코에 공장을 짓기 위해 멕시코 관료들과 부지 선정 등을 협의했다. 이들 전기차 업체 3곳은 중국 내 판매량 상위 업체들로 구체적인 투자 계획을 밝히고 있다.



MG는 멕시코에 15억~25억 달러 규모의 공장을 건설할 계획이다. BYD는 수억 달러 규모의 공장 투자를 진행 중이며 지난달 멕시코 4개주와 접촉했다. 한 중국 업체는 120억 달러 규모의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건설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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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자동차 업체들은 멕시코 시장에서 자동차 판매를 확대하는 동시에 제조 시설을 만들어 미국 시장을 공략하는 전진기지로 삼겠다는 계획이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2016년까지 중국에서 수입된 자동차를 멕시코에서 보기 힘들 정도였으나 최근 중국산 자동차의 판매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중국자동차제조협회 자료에 의하면 지난해 멕시코의 자동차 수입 국가별 순위에서 중국은 1위에 올랐다. 올해 10월까지 멕시코에서 중국산 자동차의 판매량은 21만 2169대로 전년 동기 대비 51%나 급증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 전기차 업체들은 멕시코를 발판 삼아 미국 IRA의 수혜를 누릴 방침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임금과 풍부한 노동력을 지닌 멕시코는 세계 7위의 자동차 제조국이다. IRA에 따라 최대 7500달러의 보조금을 받으려면 미국·캐나다·멕시코 등에서 전기차를 생산해야 하는데 멕시코는 북미 자유무역협정(NAFTA)을 대체하는 미국·멕시코·캐나다협정(USMCA)이 2020년 발효돼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멕시코는 중국 입장에서 IRA 제재를 피하는 동시에 미국 수출의 전진기지가 되는 셈이다. EY라틴아메리카의 프란시스코 바티스타는 “중국 기업들의 멕시코 시장에 대한 관심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다”고 말했다.

중국 기업이 만든 전기차와 배터리 등 부품과 자원을 공급망에서 제외하려는 바이든 행정부의 구상은 틀어질 수밖에 없다. 미 공화당이 주도하는 하원 중국특별위원회의 최고위원들은 최근 멕시코에 서한을 보내 중국 기업들이 멕시코를 자국 시장의 ‘뒷문’으로 활용할 것을 우려한다고 밝혔다.

한편 미국으로부터 첨단 반도체에 대한 수출 제재를 받고 있는 중국은 반도체 패키징 허브로 통하는 말레이시아를 우회 지역으로 삼을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중국 기업 2곳이 말레이시아 칩 패키징 기업에 그래픽저장장치(GPU) 등의 칩 제조를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말레이시아는 현재 전 세계 반도체 패키징, 조립, 테스트 시장의 13%를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중국 반도체 설계 기업들은 미국의 제재 대상인 칩 웨이퍼 제조를 뺀 반도체 조립만을 말레이시아 기업들에 요청하고 있으며 일부 계약은 이미 합의된 것으로 전해졌다.


베이징=김광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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