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거대 플랫폼 사업자를 직접 지정해 끼워팔기 등의 부당 행위를 집중 감시한다. 현행 공정거래법상 ‘사후 규제’가 아니라 위법 여부를 상시 들여다보는 ‘사전 규제’에 나선 것이다. 네이버와 카카오 등 국내 주요 업체가 지정될 가능성이 큰 가운데 산업 성장세가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또 구글이 지정될 경우 미국과 통상 마찰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19일 공정거래위원회는 이 같은 내용의 ‘플랫폼 공정 경쟁 촉진법(가칭)’ 제정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소수 핵심 플랫폼 사업자를 ‘지배적 플랫폼 사업자’로 사전 지정해 자사 우대, 끼워팔기, 멀티호밍 제한(자사 이용자에게 경쟁 플랫폼의 이용을 금지하는 것), 최혜 대우 요구 등 네 가지 반칙 행위에 대한 감시 강도를 높인다는 것이 핵심이다. 사전 규제 대상 업체는 공정위가 매출, 이용자 수 등 정량 지표와 시장구조 및 특수성 등 정성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일정 주기를 두고 지정한다. 네이버와 카카오·구글·메타 등 국내외 핵심 플랫폼이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공정위는 이번 규제가 민생을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한기정 공정위원장은 “플랫폼 시장의 독과점화는 수수료 및 소비자가격 인상으로 이어져 민생 부담을 가중시키는 원인 중 하나”라며 “기존 공정거래법 체제로는 플랫폼 시장의 독과점화 속도에 비해 조치가 너무 뒤늦게 이뤄져 공정한 시장 경쟁 회복에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이번 규제로 플랫폼 독과점 행위에 대한 법 집행 기간이 기존 2~5년에서 절반가량 줄어들 것으로 봤다.
이와 관련해 정보통신(IT) 업계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공정위는 이미 별도의 심사 지침을 통해 플랫폼 기업에 대한 감시 강도를 높이고 있다”며 “규제 강도가 세질수록 사업 확장 및 신사업 투자 의사 결정 과정이 느려질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특히 사전 규제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은 낮으나 국내에서 빠르게 영향력을 키우는 알리익스프레스 등 중국 기업이 법의 최대 수혜자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구글·메타 등 거대 플랫폼이 있는 미국과의 통상 마찰 가능성 역시 크다. 주한미국상공회의소는 이와 관련해 “사전 규제 도입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