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로 여는 수요일] 도다리쑥국

조명희







언니,

우리 통영 가요

첫눈 오는 날 아는 동생이 통영에 가잔다 생선을 좋아하지 않으면서 도다리쑥국을 먹잔다

그 사람은 일 년에 한 번 꼭 통영엘 간대요

나는 통영에 여러 번 가 봤고 중앙시장에서 도다리쑥국을 먹었고 함께한 그 맛을 이제는 잊을 만한데

언제 갈까?

동생은 이른 봄에 가자 하고



나는 겨울 가기 전에 가자 한다

관련기사



언니, 그거 알아요?

가자미를 입에 넣고 국물을 뜨면 입안에 바다가 요동친대요 그것도 쑥 향으로

그 사람이 그랬어요

이제 막 시작하려는 사람과

이미 끝장난 사람 둘이 앉아 통영에 가자 한다

도다리는 한쪽으로 눈이 쏠려 있다는 걸 알 듯 우리도 이제는 사람에 대해 알 때가 됐는데

나설 일은 아니지만, 함께 가시는 게 좋겠다. 첫눈 오는 날에도 가고, 이른 봄에도 함께 가시면 좋겠다. 막 시작하려는 설렘과 다 끝장낸 추억이 한 냄비 속 펄펄 끓는 바다를 떠먹으면 좋겠다. 시작이 끝에 도착하고, 끝장이 다시 시작할 때까지 해마다 통영에 가시면 좋겠다. 도다리 눈이 한쪽에 쏠려 있다는 건 얼마나 맹목인가. 삶이란 어쩌면 맹목이 구원해 주는 건지도 모른다. <시인 반칠환>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