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헬스

내년 약가 줄인하…제약업계 혼선 가중

◆수술 필요한 제약 규제

약가 인하 대상만 3만여개 달해

많이 팔면 약가 깎이는 규제까지

해외약가비교 재평가 정책 대기

적정 약가 → 신약 선순환 구조 필요


내년 초부터 약가 인하가 줄줄이 예고되면서 제약업계 혼선이 가중되고 있다. 정부는 보건 안보를 확보하고 제약·바이오 산업 육성을 위해 연구개발(R&D) 활동에 대해서는 지원하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건강보험 재정절감에 방점이 찍힌 약가정책도 동시에 강화하고 있어 제약업계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미래주력산업으로 제약바이오산업을 키우려면 먼저 균형 잡힌 약가정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2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급여적정성 재평가, 기등재약 상한금액 재평가, 실거래가 약가 인하 등을 이르면 내년 2월부터 적용한다는 방침을 내놓았다. 업계는 약가 인하 정책으로 내년 초부터 수천여 개 품목의 약가가 내려갈 것으로 보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20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를 통해 급여적정성을 재평가한 결과 리마프로스트알파덱스, 룩소프로펜 나트륨, 에피나스틴염산염 등 3개 성분에 대한 급여 범위를 축소키로 했다. 자체 생물학적 동등성 시험 수행과 원료의약품 등록 등 2개 조건 충족 여부에 따라 약가를 조정하는 기등재 2차 평가 대상 품목은 약 6000개다. 요양기관에서 실제 거래된 급여의약품 가격을 조사해 보험약제 상한가격을 인상하는 실거래가 약가 인하 대상은 약 2만 3000여개 품목이다.

관련기사



문제는 약가 인하 기조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사용량-약가 연동 협상 제도는 의약품 사용이 일정 기준치를 넘어설 경우 의약품 가격을 최대 10% 인하하는 제도다. 약이 많이 판매될수록 약가가 깎이는 구조라 회사는 수익에 타격을 받는다. 올해 사용량-약가연동제 협상대상을 거쳐 약가 협상이 완료된 제품은 7월 기준 총 205개 품목으로 국내 개발 신약인 카나브, 케이캡, 엔블로 등도 포함됐다. 신약 개발사 관계자는 “판매량이 늘거나 적응증이 확대됐다는 이유로 신약 가격을 깎는 현재 제도가 기업들의 개발 의지를 꺾고 있다”며 “적어도 국산 신약은 사용량-약가 연동제에서 예외로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해외 약가 비교 재평가라는 또 다른 약가인하 정책도 기다리고 있다. 정부는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스위스, 일본, 캐나다 등 해외 주요국의 약가를 참조해 국내 약가 책정에 활용하겠다는 방침이다. 한국글로벌의약산업협회(KRPIA)는 고혈압, 고지혈증, 당뇨병 약제에 대해 해당 제도를 시뮬레이션 한 결과 약 1000억 원에 달하는 매출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국가별로 보건의료시스템, 유통구조, 산업적 특수성 등이 천차만별인데 이들 해외국가의 약가를 그대로 국내에 적용하겠다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밝혔다.

정부는 국내 개발 신약에 대한 적정한 가치 보상과 안정적 의약품 공급이 요구되는 약물에 대한 약가 우대, 국산원료 활성화를 위한 국산 원료 사용 의약품에 대한 약가 가산 등을 고려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여전히 중복적 약가인하 기조를 강화하고 있어 제약·바이오 육성기조와 상충된다는 지적이다. 건강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12년 약가 일괄 인하 시행으로 1조 7358억 원이 절감되고 기등재 목록 정비로 7000억 원이 절감됐다. 대형로펌의 제약바이오 전문 변호사는 “낮은 약가 때문에 국내 우선등재를 포기하고 해외 선발매를 추진하거나 제품화 전 기술수출을 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적정 약가책정, 수익창출, 신약개발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왕해나 기자 haena07@sedaily.com


왕해나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