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무차입 공매도를 한 BNP파리바와 HSBC에 100억 원씩 총 200억 원의 과징금 부과를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의 계획대로 과징금이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에서 의결되면 이는 불법 공매도 사상 최대 규모 제재다.
블룸버그통신은 21일 익명의 소식통 2명을 인용해 금감원이 증선위에 이같이 안건을 상정했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증선위는 20일 정례회의에서 BNP파리바와 HSBC의 무차입 공매도 관련 과징금 액수를 논의했지만 결론을 내지는 못했다.
앞서 금감원은 10월 BNP파리바 홍콩법인이 2021년 9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카카오 등 101개 종목에 대해 400억 원 규모로 무차입 공매도를 진행한 사실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또 홍콩 HSBC 역시 2021년 8~12월 호텔신라 등 9개 종목에 대해 160억 원 상당의 무차입 공매도를 한 사실을 파악했다고 덧붙이며 역대 최대 과징금 부과를 예고했다.
공매도는 주식을 빌려 판 뒤 주가가 하락하면 다시 사들여 갚고 차익은 챙기는 투자 기법이다. 무차입 공매도는 주식을 빌리지 않고 매도 주문부터 내는 것이어서 불법적 투자 행위로 분류된다. 금융위는 BNP파리바와 HSBC 사례를 근거로 지난달 6일부터 국내 증시의 공매도를 전면 금지하기도 했다.
지금까지 증선위가 불법 공매도 혐의로 가장 많은 과징금을 부과한 사례는 올 3월 ESK자산운용의 38억 7000만 원이다. 당시 증선위는 UBS AG에도 유사한 문제로 21억 8000만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정부는 이전까지 불법 공매도에 과태료만 부과했다가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비판 여론이 들끓자 2021년 4월부터 자본시장법을 개정해 시행했다. 이후부터는 공매도 주문액의 최대 100%까지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게 됐다.
증선위는 ESK자산운용·UBS AG에 이어 프랑스계 자산운용사 AUM인베스트에 세 번째 과징금인 480만 원을 부과했다. 또 국내외 금융회사 10곳 이상에도 잇따라 과징금을 부여했다. 금융감독원이 5월 과징금 부과 계획 대상이라고 밝힌 곳은 총 42곳이다. 이중 ESK자산운용은 6월 금융 당국의 과징금 결정에 불복하는 행정소송을 냈고 AUM인베스트는 회사가 파산 절차를 밟고 있다며 금융위의 과징금 부과 우편 수취 자체를 거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