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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 위 ‘탐지견’ ‘WC-135’…핵실험·폭발 증거를 찾아다닌다[이현호 기자의 밀리터리!톡]

실험 사용된 핵폭탄 종류까지 식별

엔진 형태 대기 표본 수집 장비 장착

탑승 인원수는 최대 33명까지 탑승

北 7차 핵실험 대비 편대 업그레이드

일본 오키나와 기지에 착륙하고 있는 미 공군 핵탐지정찰기 ‘WC-135W’. 연합뉴스일본 오키나와 기지에 착륙하고 있는 미 공군 핵탐지정찰기 ‘WC-135W’. 연합뉴스






‘핵 탐지견’(Nuke Sniffer)으로 불리는 WC-135 ‘콘스턴트 피닉스’는 대기 중에 미립자를 수집해 실시간으로 분석할 수 있는 첨단 장비가 탑재돼 있다. 수집한 각 지역의 대기 표본을 바탕으로 핵실험 및 폭발 여부를 실시간으로 판단한다. 실험에 사용된 핵폭탄의 종류까지도 식별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RC-135의 형제와 같은 특수정찰기 WC-135는 미군의 주요 정찰자산 중 하나로 꼽힌다. 2017년 북한의 제6차 핵실험이 임박했다는 정보가 입수되자 WC-135 콘스턴트 피닉스는 동해에 긴급 출격해 북한 전역을 감시했다. 지금까지 모두 6차례 실시된 북한의 핵실험 전후해서 한반도 주변 상공을 전개했다.

WC-135는 동체 옆에 달린 엔진 형태의 대기 표본수집 장비를 통해 방사성 물질을 탐지한다. 정찰기 안 대기성분 채집기 내부 온도를 영하 50도 아래로 낮추면 공기 중 핵물질이 달라붙게 된다. 핵폭발 과정에서 원자가 인공적으로 깨지면서 방출되는 크세논과 크립톤 등의 방사성 물질을 수집하는 원리다. 이를 통해 측정 내용을 분석해 핵실험 여부와 농축우라늄인지 플루토늄인지, 폭탄 종류를 판별하는 게 가능하다.

美 C-135B 10대, 핵탐지 항공기로 개조


세계 2차 대전 당시 미국은 1945년 8월 6일에 히로시마에 첫 원폭을 투하해 7만 명이 사망했다. 사흘 뒤인 8월 9일에는 나가사키에 두 번째 핵폭탄을 투하해 2만 명이 사망했다. 핵무기의 압도적인 파괴력을 경험한 일본은 무조건 항복을 선언했다.

인류 최대의 비극으로 손꼽히는 새로운 비대칭 무기인 핵무기에 위력에 전 세계 각국가 본격적으로 핵무기 개발에 돌입했다. 이에 미국의 아이젠하워(Eisenhower) 행정부는 각국의 핵 개발 의도를 파악하고, 혹시 있을 핵무기 실험을 사전 탐지할 필요성에 일명 ‘콘스탄트 피닉스’(Constant Phoenix) 프로그램을 가동한다. 이것이 핵탐지 특수 목적 항공기 등장의 시발점이다.

미 공군은 기본 기체로 C-135B를 선택했다. 핵실험 지역 주변의 대기 샘플를 채취해 이를 실시간으로 분석할 수 있는 측정 장비를 채워 넣었다. 미 공군은 총 10대의 C-135B를 특수 목적 항공기로 개조했다. 이들 기체는 미 항공군수사령부 소속으로 모기지를 캘리포니아 주 맥크렐런 공군 기지의 제55기상정찰비행대대에 배치했다.

기체에는 핵 탐지 프로그램명인 ‘콘스탄트 피닉스’를 그대로 붙여 기체의 용도와 목적을 분명히 했다. 주로 공산 국가의 핵실험 징후를 포착하기 위해 활용된 WC-135는 1990년 소련 붕괴와 함께 대부분 퇴역했다. 최초 열 대 중 단 한 대만 항전 장비와 센서 장비를 업그레이드 한 후 WC-135W로 명명해 계속 운용해 왔다. 하지만 1990년대 말이 한 대만으로는 전 세계의 핵 개발 징후 포착이 어려워 지휘통제용 항공기였던 EC-135 한 대를 WC-135 사양으로 개조해 WC-135C로 명명해 추가로 실전 배치했다.

미 공군 특수정찰기 WC-135 ‘콘스턴트 피닉스’. 사진 제공=오펏 공군기지미 공군 특수정찰기 WC-135 ‘콘스턴트 피닉스’. 사진 제공=오펏 공군기지


WC-135의 기본 동체는 보잉사의 민간 항공기인 보잉 367-80과 보잉 707 동체를 기본으로 군용 항공기로 개발한 C-135B를 사용한다. 내부엔 대기 중 미립자나 가스 유출물이나 잔해물을 탐지할 수 있는 장비가 탑재돼 있다. 대기 수집 장치는 실시간으로 방사능 ‘구름’을 채집해 분석하는 것이 가능하다.

동체 외부에는 대기가 통과하면서 종이 필터에 걸러진 미립자를 분석하는 장비인 U1B나 특정 지역의 대기 샘플을 모아놓을 수 있는 특수 목적의 압축 장비가 장착돼 있다. 필요한 대기 샘플이 수집되면 압축된 공기와 종이 필터는 미 공군 기술응용센터(AFTAC)로 네트워크를 통해 전송되고, 이후 실험실에서 분석을 진행한다.

WC-135는 임무에 따라 탑승 인원수는 최대 33명까지 탑승 가능하다. 항공기 조종사는 네브래스카주의 오펏 공군 기지 주둔 제45정찰비행대대 소속이다. 특수 분석 장비 운용 요원은 미 공군 기술 응용 센터 제1파견대 소속이다.

미 공군은 2002년까지 선행 연구를 실시하고 개발에 착수해 RC-135 훈련기에 장착시킬 기체 장착 시험을 끝냈다. 2003년 AARE의 초도운용능력(IOC: Initial Operational Capability)을 선언하고, 이를 통해 WC-135는 앞으로 50년 이상 핵 징후 탐지·포착 및 샘플 채집 분석을 실시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됐다.

계측 수치를 분석중인 WC-135 승무원의 모습. 사진 제공=미 공계측 수치를 분석중인 WC-135 승무원의 모습. 사진 제공=미 공



WC-135는 북핵 문제가 대두되면서 우리에게 그 존재가 알려지기 시작했다. 북한의 핵실험 징후가 있을 때마다 한반도를 전개하며 대기 샘플을 채집했다. 이를 분석해 북한의 핵실험 여부를 확증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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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2002년 10월 북한이 처음 핵실험 징후를 보였을 때 방사능 탐지 장비를 장착해 오키나와 가데나 기지로 급파됐다. 당시 WC-135는 한반도 주변을 비행하며 핵폭발로 퍼졌을 방사능 물질을 채집해 2003년 2월 4일에 가데나 기지로 귀환했다.

2004년 한 해 동안에도 북한의 핵실험 징후가 빈번해지면서 신규로 투입된 WC-135C가 총 23소티 100시간을 소화할 정도였다. WC-135W는 83소티 609시간을 비행하며 북한의 핵실험 징후를 파악했다. 이를 통해 대기 중에서 북한의 1차 핵실험 증거를 대기 중에서 분석해냈다.

WC-135는 이후에도 북핵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증거 채집을 위해 한반도 주변을 전개했다. 5차 핵실험이 실시된 2016년 9월과 6차 핵실험이 실시된 2017년 3월에도 역내에서 방사능 분석을 실시해 북한의 핵실험 증거를 채집 및 분석하는데 성공했다. 내년 상반기로 예상되는 북한의 7차 핵실험을 앞두고 또다시 한반도를 전개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12월 4일 미국 네브래스카주 오펏 공군기지에 배치된 신형 핵 탐지 전문 특수 정찰기 ‘WC-135R’ 콘스턴트 피닉스가 도착해 정비를 받고 있다. 사진 제공=오펏 공군기지지난 12월 4일 미국 네브래스카주 오펏 공군기지에 배치된 신형 핵 탐지 전문 특수 정찰기 ‘WC-135R’ 콘스턴트 피닉스가 도착해 정비를 받고 있다. 사진 제공=오펏 공군기지


북한의 7차 핵실험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미 정보당국이 판단에 따라 미 공군이 핵탐지 정찰기를 추가로 실전 배치하며 정찰기 편대 업그레이드를 마무리했다.

지난 12월 17일(현지시간) 미국 오펏 공군기지에 따르면 신형 핵 탐지 전문 특수 정찰기인 WC-135R ‘콘스턴트 피닉스’ 한 대가 이달 4일 네브래스카주 오마하에 있는 이 기지에 추가 배치됐다. 기지는 “세 번째이자 마지막 도착”이라며 “이로써 기존 WC-135W 2대 편대에서 WC-135R 3대 편대로 공군 정찰기 체제를 개편해 2019년 핵 탐지 능력 강화에 착수한 이래 4년여 만에 완료됐다”고 밝혔다.

WC-135R는 핵 탐지 전문 특수 정찰기다. 동체 옆에 달린 대기 표본수집 장비로 핵 활동 징후가 있는 지역의 상공에서 공기 입자와 가스를 수집·분석해 핵실험 및 핵폭발 여부를 판단하도록 지원하는 임무를 수행한다. 이 임무는 미 공군 제45정찰비행대대와 미 공군 기술응용센터 제21감시대대가 함께 참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첫 번째와 두 번째 WC-135R가 오펏 기지에 배치된 시기는 지난해 7월과 올해 5월이다. 핵무기 개발을 시도하거나 사실상 핵무기를 보유한 국가가 속출하는 상황에서 핵 탐지 정찰기가 최신 기종 3대 체제로 개선됨에 따라 미 공군이 전 세계 더 많은 지역에서 폭넓게 핵 활동 관련 대기 표본을 채취할 수 있게 됐다는 게 기지의 설명이다.

미 공군 기술응용센터장인 제임스 핀레이슨 대령은 “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우리는 전 세계에서 동시적으로 핵실험이나 핵폭발이 발생할 경우 임무 수행 능력 저하나 자산의 임무 전환 없이 이에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됐다”고 밝혔다.

WC-135R 편대, 北 7차 핵실험 증거 수집


WC-135 계열 정찰기는 북한이 첫 핵실험을 한 2006년 당시부터 북한이 실제 핵실험을 하거나 핵실험 동향이 포착되면 동해 상공에 출동해 방사성 물질 수집이나 정찰 등 활동을 해왔다.

지난 9월에는 일본 오키나와 가데나 기지에서 이륙한 미군 WC-135R 1대가 동중국해 상공 방공식별구역(ADIZ· 영공에 근접한 항공기의 정체를 조기 식별하기 위해 영공 인근에 임의 선포하는 구역)에 들어갔다가 중국군의 군사 훈련을 엿보려 한 것 아니냐는 의심을 사기도 했다.

이번에 재편된 WC-135R 편대의 핵심 임무 중 하나는 북한의 7차 핵실험 관련 징후 포착과 증거 수집으로 알려졌다. WC-135R 정찰기는 기존에 공중급유기로 사용됐던 KC-135R을 개조한 것이다. 이와 관련 국가정보원은 지난 11월 23일 국회 정보위원회 보고에서 “핵실험은 북한 최고지도자가 결정하는 사안”이라며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결심에 따라 2024년 언제든 북한이 핵실험을 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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