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시가총액 1·2위인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가 나란히 신고가를 기록했다.
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1.2% 오른 7만 59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 7만 6300원까지 치솟아 52주 신고가를 기록했다. 이는 2022년 1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새해 ‘8만전자’ 탈환이 가시화했다는 분석이다.
SK하이닉스도 이날 소폭 올라 14만 6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장 막바지에 상승분을 적잖이 반납했지만 SK하이닉스는 한때 14만 3700원까지 올라 52주 신고가를 갈아치웠다. 2021년 4월 이후 가장 높은 주가 수준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상승세를 주도한 것은 외국인이다. 외국인은 이날 삼성전자를 1500억 원어치 사들여 이달만 순매수 규모가 1조 1289억 원으로 커졌다. 외국인은 이날 SK하이닉스를 406억 원 순매도했지만 이달 들어 3124억 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코스피 ‘투톱’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상승세를 지속하는 것은 메모리반도체 업황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본격화한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인공지능(AI) 기술 확산이 반도체 수요를 폭발시키기 시작했다고 평가하며 이달 들어 D램과 낸드 수요가 ‘패닉 바잉’ 수준으로 늘어났다고 진단했다. 이에 따라 메모리반도체 가격도 강세를 띨 것으로 보여 KB증권은 올 4분기와 내년 1분기 D램과 낸드 가격이 직전 분기 대비 18~23%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실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이어 메모리반도체 3강 체제를 구축한 미국 마이크론테크놀로지가 11월까지 ‘깜짝 실적’을 먼저 보고해 반도체 업황이 본격적으로 회복되고 있다는 점을 수치로 증명했다. 마이크론은 전날 회계연도 기준 내년 1분기(올 9~11월) 매출이 47억 달러를 기록했다고 밝혔는데 이는 시장 추정치인 46억 달러를 상회한 것이다. 특히 D램과 낸드 부문 매출이 직전 분기 대비 각각 24%, 2%씩 증가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 회복세도 이미 본궤도에 오른 것으로 보인다. 증권 업계는 삼성전자가 4분기에 3조 5650억 원의 영업이익을 거둘 것으로 추산한다. 올 3분기까지 총 8조 원의 적자를 냈던 SK하이닉스도 4분기 적자 폭이 2703억 원 수준으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키움증권은 SK하이닉스가 4분기 적자에서 탈출할 가능성도 예상했다. 아울러 내년에는 삼성전자가 연간 기준 33조 8109억 원, SK하이닉스가 8조 5495억 원의 이익을 거둘 것으로 증권 업계는 내다봤다.
실적 회복 전망과 맞춰 증권가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내년에 사상 최고치로 주가가 오를 수 있다고 기대한다. 삼성전자의 경우 증권사들의 평균 목표주가는 9만 1900원인데 SK증권은 10만 원의 목표주가를 제시했다. 삼성전자의 사상 최고가는 2021년 1월 기록한 9만 6800원이다. SK하이닉스의 평균 목표주가는 15만 6900원으로 집계됐다. SK하이닉스가 15만 원을 넘은 것은 2021년 3월 2일이 처음이자 마지막이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최근 큰 폭의 주문 증가에도 실수요 증가를 확인하기 전까지 보수적인 감산 정책을 지속할 것으로 예상돼 가격 상승 탄력성은 내년 1분기로 갈수록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AI 수요 확대로 실적 상향 구간 진입이 유력해보여 내년 대표적인 ‘포모(Fear of Missing Out)’ 주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