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내년 물가가 2%대로 안정된다는 확신이 들 때까지 장기간 긴축기조를 지속하겠다는 의지를 거듭 강조했다. 통화정책 운용 과정에서 가계부채를 유의하겠다고 한 만큼 강한 긴축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보인다. 공개시장운영 대상에 비은행 예금취급기관 중앙회를 포함하기로 하고 비은행 금융기관의 유동성·신용 리스크를 다각도 분석하기로 하는 등 긴축 장기화를 대비하는 모습이다.
29일 한은은 ‘2024년 통화신용정책 운영방향’을 통해 “기준금리는 물가상승률이 목표수준(2%)에서 안정될 것이라는 확신이 들 때까지 충분히 장기간 긴축기조를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물가 상승률이 기조적 둔화 흐름을 이어가겠으나 내년 4분기 이후에나 목표 수준으로 낮아질 것으로 예상했을 뿐만 아니라 가계부채도 유의해서 통화정책을 운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은은 내년 통화긴축 강도나 지속 기간은 물가 흐름과 함께 경기 상황, 가계부채 등 금융안정 측면의 리스크, 주요국 통화정책 변화, 지정학적 리스크 등을 면밀하게 점검하면서 판단한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가계부채 누증 위험과 함께 부동산 익스포저가 큰 일부 비은행 금융기관 리스크에도 계속 유의한다는 방침도 밝혔다.
한은은 내년 통화정책 결정배경에 대한 정보 제공을 확대하는 동시에 즉시성도 강화하기로 했다.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 때마다 금융통화위원회에서 논의된 주요 금융·경제 현안 분석자료를 추가로 제공하기로 했다. 통방회의 7일 후 홈페이지를 통해 핵심 내용을 요약 형태로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연간 4회 발행했던 통화신용정책 보고서는 메시지 중복 등을 감안해 연 2회로 축소했다.
이와 함께 공개시장운영 대상기관에 자산운용사와 비은행 예금취급기관 중앙회 등을 포함하는 방안도 추진하기로 했다. 비은행 금융기관의 통화정책 파급 경로 등에 대한 영향력이 확대된 점을 고려한 결정이다. 현재 증권사 등 일부 비은행 금융기관이 통화안정증권이나 환매조건부채권(RP) 매매 대상기관에 포함돼 있으나 새마을금고 중앙회 등 비은행 예금취급기관이 포함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한은은 비은행 예금취급기관의 규모가 커진 만큼 일상적인 유동성 조절 과정에서 공개시장운영의 유효성을 높이기 위한 방침이라는 설명이다. 다만 자산 건전성이나 자산 규모 등 조건을 내걸 것으로 보인다. 올해 발생했던 새마을금고 뱅크런 사태 등과 같은 위기 상황이 발생했을 때 한은이 RP 거래를 통해 유동성을 직접 공급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은은 통화 긴축 기조가 장기화하면서 취약 부문의 잠재 위험이 나타날 수 있는 만큼 금융시장과 금융시스템에 대한 점검과 조기경보 기능을 강화하고 필요할 경우 시장 안정화 조치를 적기에 시행하기로 했다. 공동검사 등을 통해 가계·기업 부채 리스크,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건설 부문 부실, 비은행 금융기관의 유동성·신용 리스크 등을 다각도로 분석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