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정치 복원과 구조 개혁으로 재도약 길로 가자  

◇‘결단의 해’…국력 결집하고 리셋해야 부강한 매력국가

글로벌 선거의 해, 韓 다층복합위기

위기를 기회로 바꾸려면 ‘결단’이 키

규제·노동개혁과 기술 초격차 절실

성장동력 재점화로 성장·복지 선순환


위기를 기회로 바꾼 부강국에는 늘 지도자와 국민의 결단과 변화가 있었다.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와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독일 총리의 용기와 개혁은 ‘저성장병(病)’을 수술해 두 나라를 성장 궤도로 복귀시키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위기와 결단의 시간을 맞은 대한민국의 지도자와 유권자들이 새겨들어야 할 대목이다. ‘글로벌 선거의 해’로 불리는 2024년 세계는 지정학적 변혁의 시대를 맞고 있다. 4·10 총선을 앞둔 한국을 비롯해 미국·러시아 등 세계 76개국에서 주요 선거를 치르게 된다. 블룸버그통신은 “전 세계가 100년 만에 가장 격동적인 한 해를 맞고 있다”고 진단했다.

신냉전, 블록화, 제4차 산업혁명과 함께 글로벌 경제·기술 패권 전쟁이 가열되는 가운데 주요국의 선거 결과에 따라 국제 정세가 요동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무역 의존도가 매우 큰 데다 정치·경제·안보 등의 다층 복합 위기를 맞은 한국은 국력을 결집해 대격변을 헤쳐나가야 위기를 기회로 만들 수 있다. 하지만 국가 발전 전략을 마련하고 뒷받침해야 할 정치는 완전히 실종됐다. 여야 정치권은 나라의 생존을 위해 머리를 맞대도 부족할 판에 진흙탕 무한 정쟁의 늪으로 빠져들고 있다. 이런 가운데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최근 남북 관계를 ‘적대적 교전국’으로 규정하고 “핵무력을 포함한 모든 물리적 수단을 동원해 남조선 전 영토를 평정하기 위한 대사변 준비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위협했다.



우리 경제는 재도약이냐, 퇴보냐의 갈림길에 놓여 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새해의 한국 경제를 표현하는 키워드로 ‘용문점액(龍門點額)’을 제시했다. 물고기가 급류를 힘차게 타고 넘으면 용으로 변해 하늘로 날아가지만 넘지 못하면 상처를 입고 하류로 떠내려간다는 의미다. 국내외 기관들은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지난해 2% 밑으로 떨어졌다고 경고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38개 회원국 가운데 잠재성장률이 14년 연속 추락한 나라는 한국이 유일했다. 지난해 수출은 전년 대비 7.4% 줄어든 6326억 달러에 머물렀고 무역수지도 99억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정부·가계·기업 부채를 더한 한국의 총부채 규모는 지난해 2분기 말 기준 6000조 원에 달했다.

문재인 정부의 포퓰리즘 정책으로 더 깊어진 저성장의 늪에서 벗어나려면 국가 대개조 수준의 구조 개혁을 서둘러야 한다. 경직된 노동시장은 한국 경제의 경쟁력을 갉아먹고 일자리를 위축시키는 주범으로 꼽히고 있다. 지난해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 조사에서 한국 노동시장의 효율성 순위는 64개국 중 39위에 머물렀다. 세계경제포럼(WEF)의 국가 경쟁력 평가에서도 노사 협력 수준은 2019년 기준 141개국 중 130위로 바닥권을 맴돌고 있다. 글로벌 패권 전쟁에서 살아남으려면 노동시장 유연화를 통해 정체된 생산성부터 획기적으로 끌어올려야 한다. 윤석열 정부는 산업 현장의 법치 확립과 노조 회계 투명성 확보 등에서는 어느 정도 성과를 거뒀지만 고용 및 해고·임금·근로시간의 유연성 제고 등 핵심 노동 개혁의 진전을 위해서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신년사에서 ‘3대 개혁’과 ‘행동하는 정부’를 다짐한 윤석열 대통령은 불굴의 뚝심으로 노동 개혁에 속도를 내면서 사회안전망 강화를 병행해야 한다. 또 미래 세대에 ‘빚 폭탄’을 떠넘기지 않으려면 ‘더 내는’ 방식의 연금 개혁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지금은 기업의 성패가 국가 흥망을 좌우하는 시대다. 기업들의 발목을 잡고 있는 낡은 ‘모래주머니’ 규제들을 제거해 투자와 혁신을 북돋워야 한다. 우리나라의 법인세 최고세율은 24%로 OECD 평균(21.2%)보다 훨씬 높다. 정부와 여당이 법인세 최고세율을 25%에서 22%까지 내리려고 했지만 거대 야당의 반대로 1%포인트 찔끔 인하에 그쳤다. 최대주주 할증을 더하면 60%에 달하는 세계 최고 수준의 상속세 부담 때문에 가업 승계마저 포기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과도한 세금을 경쟁국 수준으로 낮추고 온갖 규제 사슬을 혁파해 기업이 마음껏 뛸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기업가정신’을 고양시켜야 성장과 복지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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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의 한계에 직면한 우리 경제의 돌파구를 찾으려면 초격차 기술 개발과 고급 인재 육성에 전력을 다해 미래 성장 동력을 키워야 한다. 세상에 없는 기술을 만들어 ‘퍼스트무버’로 앞서가야 글로벌 정글에서 도태되지 않고 생존할 수 있다. 반도체, 인공지능(AI), 미래차, 에너지, 바이오, 원전 등 10여 개 국가전략산업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첨단 기술을 확보하려면 세제·금융·예산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또 미래를 이끌어갈 핵심 인력들이 혁신의 꽃을 피울 수 있도록 파격적인 혜택을 제공하고 낡은 교육 시스템도 개혁해야 할 것이다. 세계에서 합계출산율이 가장 낮은 저출산 문제 해결도 국가의 존망이 걸린 과제이므로 범국가 차원에서 파격적인 대책 마련과 실천을 서둘러야 한다.

‘퍼펙트스톰’과 같은 총체적 위기를 타개하려면 국민 통합과 국력 결집으로 성장 동력을 재점화해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해야 한다. 여야는 극한 대결 정치를 접고 대화와 타협을 중시하는 의회민주주의 정치를 복원해 쇄신과 정책으로 승부를 거는 풍토부터 만들어야 한다. 선심 정책 경쟁에서 벗어나 입법으로 경제 살리기와 구조 개혁을 뒷받침하는 본연의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 거대 야당은 입법·탄핵 폭주 등 국정 발목 잡기를 멈추고 경제·민생 회복에 협조해야 한다. 여당도 안이한 자세에서 벗어나 소통의 리더십으로 야당과 국민을 설득하는 정치력을 발휘해 경제 회복 성과를 이끌어내야 한다. 게다가 북한의 핵·미사일 고도화와 잇단 도발로 한반도 평화마저 위협받는 상황이다. 정치권이 안보 문제에서 초당적으로 협력해야 김정은 정권의 협박에 휘둘리지 않고 압도적인 군사력 확보와 한미 확장 억제력 강화를 통해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안보 강국을 만들 수 있다.

4월 총선은 우리가 어떤 정책 방향과 노선을 통해 더 나은 미래로 나아갈지를 판가름하는 중대 선거이다. 국민들이 적극적 참여와 올바른 선택을 통해 정치를 정상화하고 이념·세대·계층·지역 등으로 분열된 국론을 하나로 모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러려면 유권자들이 포퓰리즘의 유혹에 흔들리지 말고 자유민주주의·시장경제를 중시하는 헌법 정신을 최우선 가치로 삼아야 한다. 유권자들이 현명하게 선택해 나라를 리셋해야 경제적으로 부유하고 안보가 튼튼한 ‘부강한 매력 국가’ 건설도 가능할 것이다. 대한민국이 위기의 늪으로 빠져들 것이냐, 아니면 재도약의 기회를 만들 것이냐, 국민의 결단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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