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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서 부활 꿈꾸는 K-음바페 “유럽 생활 힘들었어도 후회 안 해”

미네소타 공격수 정상빈 신년 인터뷰

2021년 K리그 데뷔, 6골 2도움 활약

그해 A대표팀 깜짝 발탁에 데뷔골까지

유럽 진출로 기대 모았지만 적응 실패

지난해 4월 MLS 이적…새 도전 나서

“2024시즌엔 공격P 10개 이상 목표”

미네소타 공격수 정상빈이 지난해 5월 MLS 데뷔골을 터뜨린 뒤 공을 들고 빠르게 하프라인으로 달려가고 있다. 미네소타 ㄱ구단 엑스(구 트위터)미네소타 공격수 정상빈이 지난해 5월 MLS 데뷔골을 터뜨린 뒤 공을 들고 빠르게 하프라인으로 달려가고 있다. 미네소타 ㄱ구단 엑스(구 트위터)






누군가는 한국을 떠난 지난 2년의 시간을 ‘실패’라고 말하지만 정상빈(22·미네소타 유나이티드 FC) 자신에게는 귀중한 ‘경험’이었다.



해외에 진출하지 않았다면 지난해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대표로도 발탁될 수 있지 않았을까. 정상빈은 최근 서울경제와 가진 신년 인터뷰에서 이에 대한 질문에 “아니”라고 단호하게 답하면서 “누구나 생각해 볼 수 있는 가정이지만 한국에 있었어도 선택받지 못했을 수도 있다. 그런 의미에서 어린 나이에 해외에 나간 걸 후회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정상빈의 등장은 혜성과도 같았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기도 전인 2020년 7월 프로축구 수원 삼성과 준프로 계약을 맺은 그는 이듬해 3월 포항 스틸러스와의 K리그1 데뷔전에서 데뷔골을 터뜨리며 단숨에 팀의 중심으로 자리 잡았다. 2021년 6월에는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지역 2차 예선을 앞둔 파울루 벤투 감독의 부름을 받아 A대표팀에도 승선했다. 스리랑카전 후반 26분에 교체 투입돼 A매치 데뷔전을 치렀는데 4분 만에 데뷔골까지 터뜨리며 새로운 스타 탄생을 예고했다.



폭발적인 스피드를 활용한 침투에 이은 정확한 골 결정력으로 자신의 우상인 킬리안 음바페(26·프랑스)를 빗댄 ‘K-음바페’라는 별명을 얻은 정상빈은 프로 첫 시즌 28경기 6골 2도움의 활약을 펼쳤다. 그의 앞날에는 꽃길만 있을 줄 알았다. 프로 데뷔 1년 만인 지난해 1월에는 잉글랜드 프로축구 울버햄프턴의 이적 제안을 받아 유럽 진출의 꿈을 이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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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너무 성급한 이적이었을까. 영국 취업 비자를 충족하기 위해 울버햄프턴의 위성 구단인 스위스 그라스호퍼로 임대된 뒤 어느새 그의 소식이 전해지지 않았다. 정상빈은 “적응의 문제였다. 언어가 안 되니 선수들과 소통 자체가 안 됐다”며 “축구에 대한 생각도 달랐고 문화적으로도 차이가 컸다. 표현을 못하니 자신감도 떨어졌다”고 돌아봤다. 이어 “부상도 당했다. 수원에서 다쳤던 발목을 또 다쳐 한국에서 치료를 받는 등 복귀까지 두 달이 걸리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스위스에서 1년 동안 리그 경기 출전은 13경기에 불과했다. 대부분 교체 투입이었고 출전 시간은 323분에 불과했다. 한때 2022 카타르 월드컵 최종 명단에 깜짝 발탁될 수 있는 선수로도 지목되기도 했지만 줄어든 출전 시간에 벤투 감독도 더 이상 그를 찾지 않았다. 변화가 필요했다. 결국 그는 지난해 3월 그라스호퍼와 임대 계약을 해지한 뒤 울버햄프턴을 떠나 미국 메이저리그 사커(MLS) 소속의 미네소타로 이적했다.

“뛰고 싶었다. 상황을 바꿔보고 싶었다”고 미국행의 이유에 대해 밝힌 정상빈은 “미네소타에서 먼저 연락이 왔다. 전 감독님(아드리안 히스)도 수원 시절부터 저를 눈여겨봤다고 했다”며 “감독님이 제 장단점을 확실히 알고 있다고 말하면서 어떻게 성장해야 하는지 자세히 설명해 주셨다. 저에게 ‘꼭 필요한 선수’라고도 말씀하셔서 이적을 결심했다”고 설명했다.

목표했던 아시안게임 대표팀 발탁은 이루지 못했지만 미네소타로의 이적은 정상빈에게 전환점이 됐다. 5월에는 MLS 진출 이후 첫 득점을 기록하면서 자신감도 되찾았다. 정상빈은 “구단에서 처음에는 통역을 붙여주셨는데 이제는 통역 없이 생활이 가능하다. 축구적인 부분이나 운동장 안에서는 다 알아들을 수 있을 정도”라며 “팀에서는 공격형 미드필더 등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하고 있다. 아직 부족한 면이 많은데 MLS가 결코 쉬운 무대가 아님을 새삼 느낀다”고 했다.

정상빈은 오는 11일 미국행 비행기에 올라 소속팀과 함께 2월 말에 예정된 2024시즌 개막전을 준비할 예정이다. 그는 “작년에 미네소타에 입단하면서 공격 포인트 20개를 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했는데 1골 1도움밖에 못 했다”며 “공격수는 골이나 어시스트로 보여줘야 한다. 올해는 개인 한 시즌 최다 공격 포인트인 10개 이상을 하고 싶다”고 했다. 이어 “작년이 재작년보다 더 발전했듯이 올해는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 매년 발전해 언젠가는 더 좋은 위치에 있는 선수가 될 것”이라고 다짐했다.


서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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