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막에 생기는 악성 종양인 망막모세포종을 유발하는 새로운 원인 인자가 국내 의료진에 의해 밝혀졌다.
세브란스병원 이승규·김용준 안과 교수와 한정우 소아혈액종양과 교수 연구팀은 2017년 3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세브란스병원에 내원한 망막모세포종 환자 30명을 대상으로 유전성 암 패널 유전자 검사를 시행한 결과 BRCA 유전자 변이가 망막모세포종의 발병 원인 인자로 새롭게 규명됐다고 3일 밝혔다.
망막모세포종은 망막에 발생하는 하얀색 종양으로 소아의 안구에 발생하는 악성 종양 중 가장 흔하다. 종양 때문에 동공이 하얗게 보이는 ‘백색동공’이 가장 흔한 증상이며 시력저하로 사시가 생길 수 있다. 진행되면 안구 통증, 안구 돌출을 유발한다.
BRCA 유전자는 유전성 유방암의 원인유전자 중 하나다. BRCA1·2 유전자의 돌연변이가 나타나면 유방암, 난소암 발병 확률이 매우 높아진다고 알려졌다. 할리우드 스타 안젤리나 졸리는 유전자검사를 통해 BRCA1 유전자 변이를 발견하고 예방적 차원에서 가슴절제술을 받아 대중을 놀라게 한 바 있다.
이번 분석에 따르면 망막모세포종 환자 30명 중 6명(20%)에서 BRCA1·2 또는 BRCA와 관련 있는 BRIP1 유전자 변이를 체내 모든 세포에서 한쪽 대립유전자에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임상유전학회(ACMG) 변이 분류, 게놈서열 분석 등 생물정보학 예측 도구를 사용해 6명의 환자가 보유한 BRCA1·2 또는 BRIP1 유전자 변이에 대한 가상실험 병원성 평가를 진행한 결과, 1명을 제외한 5명에서 잠재적 병원성이 확인됐다. 6명 중 1명은 종양 파편의 미세 생검을 통해 종양세포 유전자 분석을 시행한 결과, 체내 모든 세포에 RB1 유전 이상이 발견되지 않아 비유전성 환자로 밝혀졌다. 종양 세포 유전자에는 한쪽 대립 유전자 RB1 이상만 있고 반대쪽 RB1은 변이도 없고 후성 유전학적 변이도 발견되지 않았다. 반면 BRCA1 유전자는 체내 모든 세포에서 한쪽 대립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있었고, 종양세포에는 후성유전학적 변이를 보여 망막모세포종 발생에 기여했을 가능성을 나타냈다.
이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망막모세포종의 발생에 있어 BRCA 유전자의 병인 가능성을 확인했다”며 “추가 연구를 통해 망막모세포종의 표적치료제 개발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영국안과저널(British Journal of Ophthalmology)’에 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