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미국 기업들의 전환사채(CB) 발행이 급증했다. 일반 회사채보다 적은 비용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기 때문인데 올해도 비슷한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3일(현지 시간) 금융 정보 업체 LSEG의 자료를 인용해 미국 기업들이 지난해 초부터 12월 7일까지 480억 달러(약 62조 8000억 원) 규모의 CB를 발행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인 2019년 발행액과 비슷한 수치이며 2022년 발행액 대비 증가율은 77%에 달한다. 미국 기업들의 CB 발행액은 코로나19로 유동성이 풍부했던 2020~2021년 급증했다가 급격한 금리 인상이 있었던 2022년 고꾸라졌는데 지난해 상당 부분 회복한 셈이다.
CB 발행액이 크게 늘어난 것은 CB를 이용한 자금 조달이 일반 회사채보다 비용 부담이 덜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기업들은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를 상환할 때 보통 신규 회사채를 발행하는데 기준금리가 빠르게 오르며 재융자 비용이 높아졌다. 단 CB는 투자자들에게 주식 권한 보유 권리를 주는 만큼 일반 회사채보다 발행금리가 2.5~3%포인트 정도 낮다.
특히 지난해에는 차환 수단으로 CB를 찾는 우량 기업들도 늘었다. 독립 자문사 매튜스사우스 소속 브라이언 골드스타인 CB 전문가는 “역사적으로 투자 등급의 기업들은 CB 발행을 멀리하는 경향이 있었지만 이제는 유명한 기업들이 CB 시장에 등장하면서 인식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대표적으로 차량 공유 업체 우버는 지난해 11월 15억 달러 규모의 CB를 0%대 금리로 발행하는 데 성공해 일반 회사채와 비교해 연 수천만 달러의 이자비용을 아낄 것으로 관측된다.
무디스의 지난해 10월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투자 등급 기업들이 향후 5년간 차환해야 할 부채 규모는 1조 2600억 달러에 달한다. 로펌 심슨 태처 소속 켄 발라하 글로벌 자본시장 공동대표는 “엄청난 ‘만기의 벽’이 곧 도달할 것임을 감안하면 CB의 인기는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