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금융정책

이복현 "남의 뼈 깎는 자구안…오너 일가만 살겠다는 것"

◆태영에 최후통첩

"오너 자산 따로 파킹했나 의심"

이미 약속한 자구책 번복에 격앙

3조 에코비트 매각안도 평가절하

"상환 안한 외담대부터 정리해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4일 태영그룹 사주 일가를 향해 “뼈를 깎는 자구 노력을 하겠다고 해놓고 남의 뼈를 깎고 있다”고 날을 세웠다. 전날 열린 채권단 설명회에서 “믿고 도와주면 뼈를 깎는 노력을 다하겠다”는 윤세영 태영그룹 창업회장의 발언을 정면으로 겨냥한 것이다. 이 원장은 “지금은 감성이 아니라 숫자에 기반한 이성으로 설명해야 할 때”라면서 이번 주말까지 새 자구안을 내놓으라고 압박했다.






이 원장이 가장 큰 문제라고 본 대목은 태영그룹이 이미 약속한 자구책을 뒤집은 점이다. 당초 태영그룹은 계열사 태영인더스트리 매각 대금 중 1549억 원을 태영건설에 지원하기로 했다. 이 자금으로 만기가 돌아온 태영건설의 상거래 채권(1485억 원)을 갚아야 했지만 매각 대금 중 400억 원만 지원하면서 외상매출채권담보대출 451억 원은 상환하지 않았다. 외담대는 태영건설 협력사가 태영건설에서 받은 매출 채권을 담보로 은행에서 빌린 돈으로, 태영건설이 외담대를 갚지 않으면 협력 업체가 대신 상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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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원장은 태영그룹 사주 일가가 손실을 피하기 위해 협력사와 채권단에 떠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태영인더스트리 매각 자금을 오너 일가의 급한 일에 소진한 것 아닌지 의심이 든다”면서 “당초 약속한 1549억 원 중 태영건설에 지원한 400억 원도 회사(티와이홀딩스)가 받은 매각 자금만 들어가 있고 대주주 일가의 자금은 파킹돼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의심을 채권단이 갖고 있다”고 말했다.

몸값만 2조~3조 원 선인 계열사 에코비트를 매각해 자금을 마련하겠다는 태영그룹의 자구책도 평가절하했다. 이 원장은 “에코비트는 건실한 기업이지만 상당한 지분을 보유한 기타 대주주가 있고 단기간 내 매각이 성사될 수 있을지도 의문이 있다”면서 “자산 자체의 건전성과 별개로 현실성 있는 자금 조달 계획이 없다”고 설명했다.

이 원장은 태영건설이 워크아웃(기업 개선 작업)을 승인받으려면 미상환 외담대부터 정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동시에 태영그룹 사주 일가가 티와이홀딩스 지분도 함께 출연해 채권단의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고 봤다. 티와이홀딩스의 최대주주인 윤석민 회장의 지분(25.4%) 등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이 원장은 “11일 당일에 이런 방안을 내놓고 동의하라고 할 수는 없는 일”이라며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도 다른 채권단을 설득해야 하기 때문에 이번 주말을 넘게 되면 설득 시간이 많이 남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 원장은 해외 투자은행(IB)들의 수백억 원 규모 불법 공매도 정황을 추가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홍콩H지수 연계 주가연계증권(ELS) 불완전판매와 관련해서는 일부 은행에서 관리가 미흡한 점이 발견돼 추가 검사를 계획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원장은 “일부 판매사에서 한도 관련 실태, 판매를 위한 핵심성과지표(KPI) 조정, 계약서 미보관 등 문제점이 드러났다”며 “면피성, 형식적인 절차만을 준수하고 적합성 원칙을 실질적으로 준수하지 않았다면 책임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티와이홀딩스는 “태영인더스트리 매각 대금 일부인 1549억 원 중 잔액 259억 원을 3일 자로 태영건설에 지원했다”고 밝혔다. 회사 측은 “매각 대금 중 400억 원은 앞서 지원했으며 나머지 890억 원은 티와이홀딩스에 청구된 연대채무 중 리테일 채권의 상환에 썼다”고 덧붙였다. 또 티와이홀딩스는 윤 회장 등 사주 일가의 484억 원 규모의 사재 출연 내역도 공개했다. 이는 윤 회장의 태영인더스트리 지분 416억 원과 태영건설 자회사 채권 매입 30억 원, 윤 창업회장의 태영건설과 자회사 채권 매입액 38억 원 등이다.


김우보 기자·조윤진 기자·한민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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