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국내증시

[단독] 하림, HMM 영구채 전환지분 우선매수권 요구…성사땐 경영권 '굳히기'

■산은몫 잔여 영구채 인수 추진

산은·해진공 1.6조 영구채 보유

내년 4월까지 모두 주식 전환땐

하림 지분율 57.9→38.9% 하락

산은 보유분 가져가야 55%로 올라

6.4조 인수대금 외 자금확보 관건





HMM(011200) 인수 우선협상 대상자인 하림그룹이 KDB산업은행이 보유한 잔여 영구채의 주식 전환 시 이를 우선적으로 인수할 수 있는 배타적 권한을 달라고 매각 측에 요구한 것으로 확인됐다. 향후 산은과 한국해양진흥공사의 영구채가 모두 전환되더라도 경영권을 확고하게 유지하겠다는 뜻인데 6조 4000억 원 규모의 HMM 인수 자금 이외에 추가로 대규모 자금 투입이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나온다.



5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최근 하림은 매각 주관사인 삼성증권(016360)을 통해 이 같은 내용의 우선매수권(ROFR·Right of First Refusal)을 부여해달라고 요청했다.

산은과 해진공이 내놓은 매각 대상 지분은 약 57.9%다. 우협 대상자로 뽑힌 하림이 매각 측과 주식매매계약(SPA) 체결에 성공해 지분을 모두 사들이게 되면 하림의 지분이 57.9%, 산은과 해진공의 지분은 ‘제로(0)’가 된다.



하지만 산은과 해진공은 1조 6800억 원 상당의 HMM 영구채를 갖고 있다. 두 기관의 영구채 전환 일정은 △2024년 5월 1000억 원 △2024년 6월 2000억 원 △2024년 10월 6600억 원 △2025년 4월 7200억 원 등이다. 산은에 따르면 2025년 4월까지 산은과 해진공이 보유한 영구채를 모두 주식으로 전환하면 총 유통 주식 수는 지금의 6억 8900만 주에서 10억 2500만 주로 불어난다.

관련기사





문제는 하림의 지분이다. 이 과정에서 57.9%였던 인수 지분이 최종적으로 약 38.9%까지 떨어진다. 제대로 된 경영권 행사를 위한 과반수 지분조차 보유하지 못하게 되는 셈이다. 반면 산은과 해진공의 지분은 0%에서 다시 32.8%로 커진다. 산은과 해진공은 현재 잔여 영구채 물량(1조 6800억 원)의 절반씩 갖고 있다.

산은 보유분에 대한 하림의 우선매수권 보장 요구가 성사될 경우 하림은 38.9%에서 55% 수준으로 지분율이 뛰게 된다. 우호 지분 활용 시 하림의 입김이 좀 더 세질 수 있다. SM그룹은 산은이 지난해 7월 HMM 경영권 매각 공고를 내기 직전인 6월까지 꾸준히 HMM 지분을 매입해왔다. 예비입찰에는 참여하지 않았지만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과 우오현 SM그룹 회장의 개인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림 입장에서는 잔여 영구채 전액 전환 시 약 3%대 중후반이 될 것으로 추정되는 SM그룹의 지분까지 더하면 60%에 육박하는 지분을 행사할 수도 있다. 특히 앞으로 산은의 지분이 0%가 되면 하림은 16%대 지분을 가진 해진공만 상대하면 된다. 인수합병(M&A) 업계의 한 고위 관계자는 “남아 있는 영구채를 일정대로 모두 주식으로 전환하게 되면 하림이 경영권 행사를 마음껏 할 수 없게 된다”며 “산은이 HMM을 서둘러 매각하려는 의지가 강한 만큼 산은이 갖고 있는 영구채 물량을 인수하면 50% 이상의 지분을 확보해 경영권을 확실히 해두겠다는 것 같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하림이 지분을 50% 넘게 보유하면서 인수금융 상환 등에서 자사에 유리한 조치를 시도하려는 것 아니겠느냐”고 덧붙였다.

실제 하림 측은 인수 주체인 팬오션(028670)과 함께 HMM 인수전에 뛰어든 사모펀드(PEF) 운용사 JKL파트너스의 지분 매각 불가 기간을 5년이 아닌 3년으로 해달라고 계속해서 요청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IB 업계에서는 산은 물량만 인수해도 조 단위 자금이 필요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하림의 부담이 상당할 것이라는 얘기가 흘러나온다. HMM 매각 작업에 정통한 정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매각 측이 SPA에 하림이 1분기 내 1조 원 증자 시행을 해야 한다는 조건을 달 것으로 안다”면서 “하림이 8조 원대의 자금 조달 확약서를 가져온 것은 맞지만 대규모 증자에 8%대인 인수금융 이자, 추가 지분 매입 등을 고려하면 부담이 결코 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영필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