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공기업

카니발 月 4.5만원→0원…2.4억 주택도 건보료 안낸다

[건보료 개편]

◆ 333만 지역가입자 부담 완화

지역·직장가입자 이원화로 부작용

이르면 내달부터 적용 추진키로

車건보료 폐지로 9.6만가구 혜택

재산 보험료 월평균 2.4만원 절감

윤재옥(가운데)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5일 국회에서 열린 '건강보험 지역 가입자 재산·자동차 보험료 개선 방안' 관련 당정협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권욱 기자윤재옥(가운데)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5일 국회에서 열린 '건강보험 지역 가입자 재산·자동차 보험료 개선 방안' 관련 당정협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권욱 기자









몇 년 전 직장에서 정년퇴직을 하고 자영업을 하고 있는 A 씨는 지난해 큰 마음을 먹고 ‘카니발(배기량 3470㏄)’ 차량을 6000만 원을 주고 구입했다. A 씨가 매달 부담해야 할 자동차 건강보험료는 4만 5223원. 하지만 다음 달부터는 보험료 부담이 완전히 사라진다. A 씨는 “퇴직금을 가게 보증금과 차량 구입을 하는 데 사용했고 현재 버는 돈이 많지 않기 때문에 건강보험료도 적지 않은 부담으로 다가온 게 사실”이라며 “단 몇 만 원이라도 부담이 사라지는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라고 말했다.

정부 여당이 5일 건강보험 지역 가입자의 재산 보험료 기본공제를 기존 5000만 원에서 1억 원으로 확대하고 자동차에 부과하는 보험료를 폐지하기로 함에 따라 333만 가구에 달하는 지역 가입자의 건보료 부담이 다소 완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당정이 지역 가입자의 건보료 개선 방안을 내놓은 것은 그동안 직장 가입자와 지역 가입자 간 건강보험료 부과 체계가 이원화돼 있어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직장 가입자에게는 소득(월급 외 소득 포함)에만 보험료율에 따라 건보료를 물리지만 지역 가입자에게는 소득뿐 아니라 재산(전월세 포함)과 자동차에 점수를 매기고 점수당 단가를 적용해 건보료를 부과하는 방식으로 이원화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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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가입자에 대한 재산 보험료는 소득 파악의 어려움 때문에 1982년 도입됐는데 과도한 보험료 부담의 원인이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특히 정년퇴직한 후 한 채의 주택만 보유하고 이자 또는 연금 소득으로 살아가는 노인들이 한 해 수백만 원에 달하는 건보료 폭탄을 떠안아야 하는 등 부작용이 상당했다. 이번 당정의 조치로 건보료 폭탄 자체가 사라지지는 않겠지만 적어도 직장인과 자영업자, 소득이 없는 은퇴자 등에 대한 형평성 논란을 어느 정도 완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우선 정부는 재산 보험료의 기본공제를 현행 5000만 원에서 1억 원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현재 지역 가입자의 재산에 대한 보험료는 가구가 보유한 재산세 과세표준을 합산한 후 기본공제(5000만 원)를 제한 금액을 기준으로 부과하고 있는데 공제 금액을 두 배로 늘려준 것이다. 지역 가입자의 재산 보험료는 공시가격의 60%를 과세표준액으로 잡고 지역 간 구분 없이 60등급으로 나눠 ‘재산 보험료 등급표’에 근거해 계산한다.

최저 1등급은 재산 450만 원 이하, 최고 60등급은 77억 8124만 원 초과다. 이에 따라 시가 5억 원 주택을 갖고 있는 B 씨의 경우 기존 5000만 원 공제 시 과세표준 점수 465점에 208.4원을 곱한 9만 6906원을 매달 부담해야 했지만 이번 조치로 공제액이 1억 원으로 늘어나 과세표준 점수 320점에 208.4원을 곱한 월 부담액이 6만 6668원으로 기존보다 3만 238원 줄어든다. 보유 주택의 시가가 2억 4000만 원(재산 과표 1억 원)가량인 일부 세대는 재산 보험료 인하 폭이 5만 6000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개편안을 통해 지역 가입자 353만 가구 중 330만 가구의 재산 보험료가 월평균 2만 4000원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는 게 정부의 분석이다.

특히 이번 조치로 1989년 도입된 자동차 보험료도 35년 만에 폐지된다. 현행 자동차에 대한 보험료는 세대가 보유한 차량 가액이 4000만 원 이상인 경우 배기량과 사용 연수에 따라 부과돼왔다. 다만 영업용과 장애인 보유 차량 등은 부과 대상에서 제외됐다. 그동안 정치권과 국책연구기관 등에서는 자동차 보험료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잇따랐다. 자동차에 보험료를 부과하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한 데다 과거에는 자동차가 사치품이었지만 현재는 생활필수품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또 ‘소득이 있는 곳에 보험료를 부과한다’는 원칙과도 맞지 않다는 지적이 많았다.

이번 개편에 따라 2022년식 그랜저(차량 가액 4000만 원)를 보유해 월 자동차 보험료로 3만 2302원을 내야 했던 C 씨의 경우 자동차 보험료로 한 푼도 내지 않아도 된다. 정부는 이번 개편을 통해 지역 가입자 중 자동차 보험료를 납부하는 9만 6000가구의 보험료가 월평균 2만 9000원 인하될 것으로 예상했다. 카니발 등 대형 차량을 보유한 일부 세대는 인하 폭이 4만 5000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박홍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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