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부터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사업장 솎아내기가 본격화되면서 중·후순위 투자 비중이 높은 중소형 증권사의 손실이 특히 커질 것이란 진단이 나왔다. 올해 대규모 녹인(원금 손실)이 예상되는 홍콩H지수 주가연계지수(ELS) 역시 증권업계에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신용평가(이하 한신평)는 5일 ‘2024년 금융부문 산업전망 세미나’ 웹세미나를 열고 증권업의 산업 전망을 ‘비우호적’, 신용도 전망을 ‘부정적’으로 제시했다.
김예일 한신평 수석애널리스트는 “증권업은 국내외 부동산금융 등 건전성 저하 부담이 지속되고 있다”며 “경기침체와 위험자산 투자심리 위축이 지속되며 수익성 전망도 부정적”이라고 설명했다.
PF 부실이 누적되면서 올해부터는 부실 사업장은 과감히 정리하는 작업에 돌입할 가능성이 높다는 진단이다. 이 경우 중·후순위 포지션 비중이 높은 중소형 증권사의 손실이 커질 수 있다. 실제 대형사(29.2%)에 비해 중형사(43.2%)와 소형사 (34.0%)가 자본 대비 브릿지론과 중후순위 본PF, 해외부동산 등 상대적으로 위험이 큰 부동산 금융 부담을 지고 있다.
노재웅 한국신용평가 금융·구조화평가본부 실장은 “일부 중형 증권사는 브릿지론의 비중이 상당히 크고 수요 기반이 약한 지방·비주거 유형의 PF들이 많다”며 “부동산 PF 만기 연장률이 저하되면 열위 사업장을 중심으로 건전성 저하 및 충당금 설정이 추가로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대표적으로 SK증권과 다올투자증권의 수익성과 재무 안전성이 부동산 금융 부실화로 저하됐다면서 이익 구조 개선 등 재무 안전성 관리 동향을 살펴볼 것이라고 밝혔다.
증권사들의 태영건설 익스포저는 총 9200억 원 규모로 집계됐다. 직접 익스포저 약 2200억원, 신용보강 약 5600억원이다. 노 실장은 “전체 자기자본 대비 금액이 많지 않아 즉각적인 대손충당금 영향은 제한적”이라며 “사회간접자본(SOC) 사업 및 중도금 대출 연대보증 비중이 높고 주거 사업장의 경우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보증이 대부분 포함돼 있어 우발 채무 현실화 가능성은 높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리스크가 시장 전반으로 확산할 우려가 있어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개별 업체 신용 등급에 반열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홍콩 H지수 하락 영향에 대해서는 대규모 손실 리스크는 제한적이라고 봤다. H지수 연계 ELS(주가연계증권) 잔액은 이미 일정 수준 내로 축소됐고 지수 하락에 대해 증권사의 트레이딩 손실 인식이 그동안 이뤄졌기 때문이다.
다만 조기상환 지연, 녹인(knock-in) 발생으로 인한 고객 손실, 파생결합증권 시장 위축 등으로 향후 실적이 감소할 여지는 있다는 평가다. 시장 리스크 외에도 불완전판매 논란 등으로 인한 일시적 보상비용 발생 여부, 평판 하락 등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다.
한편 한신평은 전날인 4일에도 산업별 전망 세미나를 열고 건설업의 산업 전망을 ‘비우호적’, 신용도 전망을 ‘부정적’으로 제시했다. 태영건설 워크아웃의 영향으로 신규 자금조달과 차환에 어려움을 겪는 건설사가 늘어날 수 있으며 업황 부진 장기화 시 시공능력 상위 건설사로도 신용위험이 확산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한신평이 신용등급을 평가하는 건설사 16곳의 PF 보증 규모는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28조 2000억 원으로 집계돼 2020년(16조 1000억 원) 대비 급격히 늘었다. 주요 모니터링 대상 건설사로는 롯데건설(A+/부정적)과 GS건설(006360)(A+/부정적), 신세계건설(034300)(A/부정적), HDC현대산업개발(294870)(A/부정적)을 꼽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