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신세돈의 경제통감]반도체 수출 회복만으론 부족하다

숙명여대 명예교수

반도체 외 기계등 품목 여전히 부진

수출, 성장률 기여도 실제 크지 않아

내수도 함께 살려야 경제회복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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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초만 해도 전년에 비해 30% 이상 감소하던 반도체 수출이 연말에 가까워지면서 상승세로 돌아섰다. 1년 넘는 역성장 굴레에서 벗어났다는 것은 확실히 좋은 소식이다. 제일 반가워하는 쪽은 정부다. 방문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지난해 12월 반도체 수출이 2022년 9월 이후 15개월 만에 100억 달러를 돌파한 것은 반도체 수출 회복 여부를 판단하는 바로미터”라며 “반도체 수출이 업사이클에 진입했다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조상현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도 “지난해에는 자동차가 버팀목이었지만 올해는 반도체가 본격적으로 수출을 견인하는 한 해가 될 것”이라며 “올해 상반기까지는 완연한 회복세를 다지는 기간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문제는 반도체 수출만 살아나면 한국 경제 문제가 해결되느냐 하는 점이다. 반도체 수출이 지난 연말부터 회복세를 보인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 2018년 수출 수준에도 못 미친다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지난해 1~11월 반도체(HSK 품목분류 85번) 수출 금액은 1551억 달러로 2018년 같은 기간(1717억 달러)의 90.3%에 불과하다. 수출 금액이 가장 컸던 2022년 실적에 비하면 79.4%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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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를 제외한 품목들의 수출도 여전히 부진하다. 특히 지난해 한국 수출을 떠받들어 오던 자동차 수출 증가율이 지난해 하반기를 정점으로 현저히 하락하고 있다. 지난해 1분기와 2분기에 각각 30%와 35%이던 수출 증가율이 3분기에는 11%로 떨어졌고 이런 추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판단된다. 우리나라 수출 3대 품목이라 할 기계류도 2018년 수출의 92%에 불과하다. 따라서 전체 수출의 30%를 차지하는 반도체 수출이 살아난다 하더라도 나머지 70%의 수출이 부진하다면 수출로 인한 성장은 낙관하기 어렵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수출이 우리나라 성장률에 기여하는 정도가 생각보다 높지 않다는 점이다. 예컨대 수출이 26%나 증가한 2021년의 경우 경제성장률은 4.3%였는데 순수출이 성장에 기여한 정도는 0.7%포인트에 불과했다. 2022년에도 수출은 6.1% 증가했지만 순수출의 성장 기여도는 0.1%포인트에 그쳤다.

수출이 크게 증가해도 경제성장에 기여하는 정도가 낮은 이유는 두 가지다. 하나는 보통 수출 증가는 수출 금액으로 말하지만 경제성장은 수출 물량의 영향을 받는다는 점이다. 따라서 최근 반도체 가격 상승에서 보듯이 수출 가격이 올라 수출 금액이 늘어나는 경우 오히려 수출 물량이 줄어 성장이 위축되기도 한다. 다른 하나는 수출이 늘면서 수입이 따라 늘면 성장에 기여하는 정도가 떨어진다는 점이다. 2021년이 대표적인 경우다. 수출의 성장 기여도는 4.0%포인트였지만 수입 성장 기여도가 -3.3%포인트가 되면서 순수출의 성장 기여도는 0.7% 포인트에 불과했다.

결국 성장률이 올라가려면 수출이 활성화되는 것도 중요하지만 내수가 살아나야 한다. 2022년 성장률 2.6%에서 내수가 기여한 부분은 2.5%였다. 지난해 상반기도 성장률 0.9% 중 내수가 3.3%포인트를 기여했고 순수출이 -2.4% 포인트 역성장했다. 수출도 중요하지만 내수도 무시 못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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