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22년, 프랑스의 국경 도시 ‘스트라스부르(Strasbourg)’에서 프랑스 그랑프리(XVI Grand Prix de l’Automobile Club de France)가 열렸다.
당시 프랑스 그랑프리는 2.0L 미만의 엔진과 650kg 이상의 무게를 가진 차량만이 출전할 수 있었다. 이러한 기준에 맞춘 여러 레이스카들이 그리드 위에 자리를 잡았고 13.38km 길이의 구간을 열심히 내달렸다.
당시 프랑그 그랑프리에 참가해 레이스카 중에는 선빔 웍스(Sunbeam Works)가 제작한 네 대의 레이스카, ‘선빔 그랑프리(Sunbeam Grand Prix)’ 역시 포함되어 있었다.
후지 모터스포츠 박물관에서 만날 수 있는 선빔의 레이스카, ‘그랑프리’는 어떤 차량일까?
어니스트 헨리의 레이스카
선빔 그랑프리의 시작은 스위스 태생의 자동차 엔지니어, 어니스트 헨리(Ernest Henry)의 손 끝에서 시작됐다. 푸조의 엔지니어로 엔진 개발 부분에서 활약했고, 나아가 ‘브랜드의 가치’ 경쟁을 이끄는 레이싱 사양의 엔진 개발에서 뛰어난 역량을 과시했다.
1921년, 선빔은 브랜드 역량을 과시할 수 있는 레이스카의 개발을 어니스트 헨리에게 제안했고, 어니스트 헨리는 이를 수락하고 선빔의 레이싱 팀을 이끌며 ‘새로운 레이스카’, 즉 선빔 그랑프리의 개발에 나섰다.
어니스트는 당시의 투박한 자동차 디자인 및 설계 기조 상황에서도 보다 낮은 무게 중심을 구현하기 위해 전륜 및 후륜의 액슬 위치를 새롭게 다듬었고, 차체 강성 강화를 위한 다양한 아이디어를 더해 기술적 우위를 점했다.
여기에 좁고 길게 이어진 차체 형태를 갖췄으며, 후면 부분은 좁고 길게 구성해 마치 긴 꼬리를 떠올리게 했다. 참고로 그랑프리는 총 네 대가 동시에 개발, 제작되며 ‘다양한 레이스’를 대비했다.
2.0L 엔진과 4단 변속기를 품다
어니스트 헨리의 지휘 아래 여러 엔지니어들은 최적의 파워유닛을 구현하기 위해 많은 구조, 그리고 형태를 고민했다. 더불어 프랑스 그랑프리 등 ‘출전을 목표한 대회’의 규정을 반영했다.
그 결과 1,975cc 크기를 가진 직렬 4기통 엔진을 개발했다. 최고 출력 88마력이며 최고 회전 수는 4,600RPM에 이르렀다. 여기에 4단 변속기(후진 1단)이 조합됐고, 후륜구동의 레이아웃이 조합됐다.
이러한 구성을 통해 선빔의 그랑프리 레이스카는 최고 160km/h까지 속도를 낼 수 있었다.
네 대의 선빔 그랑프리
선빔과 어니스트 헨리의 노력으로 탄생한 그랑프리는 총 네 대이며 네 대 모두 각종 모터스포츠 대회에 출전하며 모두의 이목을 끌었다. 그리고 전쟁의 혼란 속에서도 살아남으며 ‘역사적 가치’를 품게 됐다.
특히 네 대의 레이스카 모두 1920년대는 물론이고 1930~1950년대에도 다양한 무대에서 커리어를 쌓았다. 더불어 여러 수집가 사이에서 거래되며 ‘자동차 마니아’들의 대화 주제에서 꾸준히 존재감을 드러냈다.
후지 스피드웨이에 마련된 후지 모터스포츠 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는 선빔 그랑프리 레이스카는 섀시 번호 4.22로 1960년대 이후로는 영국과 네덜란드 등 유럽 내에서 전시되었다가 1994년 토요타의 소유가 된 차량이다.
한편 후지 모터스포츠 박물관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운영되며 개관 첫해인 올해는 후뮤 없이 운영된다. 관람 가격은 평일 기준 1,800엔(평일, 성인기준 / 주말 및 공휴일 2,000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