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만파식적] 니키 헤일리 바람





지난해 8월 아이오와주 박람회에 미국 공화당 대선 경선 후보로 참석한 니키 헤일리 전 미국 유엔대사가 입은 티셔츠에는 도발적인 두 문장이 적혀 있었다. ‘나를 과소평가하세요. 재미있을 것 같네요(Underestimate me. That’ll be fun).’ 워싱턴 정가는 지난해 2월 대선 출마를 선언한 헤일리 전 대사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분위기였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니키 누구(Nikki Who)?”라며 헤일리의 낮은 인지도를 조롱했다. 박람회 당시까지 아이오와주에서 헤일리의 평균 지지율은 론 디샌티스(17.3%) 플로리다 주지사에 한참 못 미치는 3.2%에 불과했다.



대통령 후보 선출의 첫 관문으로 이달 15일 실시되는 아이오와 코커스(당원대회)가 임박한 요즘 헤일리는 지지율에서 당 경선 후보 7명 중 2위를 달리고 있다. 일반 유권자도 참여하는 프라이머리(예비경선)가 23일 열리는 뉴햄프셔주에서는 헤일리가 지지율 33%로 오차 범위 내에서 트럼프(37%)를 위협한다. 반(反)트럼프 공화당 주류와 중도층이 온건 보수주의 노선인 헤일리를 ‘유일한 대안’으로 인식하며 결집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티셔츠 문구대로 판세가 재미있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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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계 이민 2세 여성인 그는 2004년 사우스캐롤라이나주 하원의원으로 정치에 입문해 2011년 39세의 나이에 미국 최연소 주지사로 당선됐다. 트럼프 정부 당시 유엔 주재 대사로 발탁돼 인도계 최초의 연방 각료급 인사가 됐다. 정치적 라이벌이면서도 자신을 기용한 트럼프에 대해서는 비방을 삼가며 대선 승리 시 그를 사면하겠다고 약속했다. 다크호스로 떠오른 헤일리가 공화당의 선두 주자인 트럼프를 넘어설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높아진 인기와 함께 그를 겨냥한 검증도 엄격해졌다. 헤일리는 최근 한 토론에서 남북전쟁의 원인으로 노예제를 언급하지 않은 탓에 극우적 역사 인식 논란으로 도마에 오르기도 했다. ‘헤일리 바람’이 찻잔 속 태풍에 그칠지, 미국의 정치 지형을 흔드는 초대형 허리케인이 될지 궁금해진다.

신경립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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