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개-8개-6개-11개. 임성재(26·CJ)가 8일(한국 시간) 끝난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2024시즌 개막전 더 센트리에서 나흘간 기록한 버디 수다. 3라운드에 버디 행진이 멈칫하고 더블보기까지 범하면서 공동 2위에서 공동 17위까지 떨어졌지만 마지막 4라운드에 불꽃을 일으켰다. 4라운드 합계 버디 34개는 PGA 투어 72홀 최다 버디 신기록이다.
임성재는 이날 미국 하와이의 카팔루아 플랜테이션 코스(파73)에서 치른 4라운드에서 18홀 중 11개 홀을 버디로 장식했다. 보기는 1개로 막아 10언더파 63타. 최종 합계 25언더파 267타가 된 임성재는 공동 17위였던 순위를 12계단이나 끌어올리며 공동 5위로 마쳤다. 세계 랭킹 1위 스코티 셰플러(미국), 지난해 디 오픈 우승자 브라이언 하먼(미국)과 같은 순위이고 29언더파로 우승한 크리스 커크(미국)와는 4타 차이다.
PGA 투어의 최다 버디 종전 기록은 32개로 2022년 이 대회의 욘 람(스페인), 2001년 BC 오픈의 폴 고(호주), 2001년 피닉스 오픈의 마크 캘커베키아(미국)가 작성한 바 있다. 최다 버디 기록은 1983년부터 집계되기 시작했다.
임성재는 버디왕 타이틀이 익숙하다. 2020~2021시즌 총 버디 498개로 종전 기록을 21년 만에 5개 늘리며 한 시즌 최다 버디 신기록 작성한 바 있다. 이번에 72홀 최다 기록까지 세우면서 골프 팬들은 버디 하면 임성재부터 떠올리게 됐다. 이날 4연속, 3연속 버디 등으로 상금 69만 500달러(약 9억 900만 원)를 챙기며 올해 통산 3승 기대를 높인 임성재는 “첫 대회부터 좋은 성적을 내 다행이다. 한국에서 몸 관리를 하며 비시즌을 잘 보낸 덕분”이라고 했다.
기침약을 잘못 먹어 도핑 양성으로 석 달을 쉬고 돌아온 안병훈도 26언더파 4위로 출발이 좋다. 김시우는 20언더파 공동 25위, 김주형은 14언더파 공동 45위다.
커크는 핀까지 209야드를 남긴 17번 홀(파4) 두 번째 샷을 1m 안쪽에 붙이며 쐐기 버디를 잡아 우승 상금 360만 달러(약 47억 3000만 원)의 주인공이 됐다. 알코올 중독과 우울증에 2019년 투어 활동을 중단했다가 7개월 만에 돌아와 지난해 2월 혼다 클래식 우승으로 감동을 줬던 커크는 투어 통산 승수를 6승으로 늘렸다. 오른손 골퍼인 커크는 비시즌 동안 왼손으로 치는 연습을 열심히 했다고 한다. 새 시즌 전에 왼손으로 80타 깨기를 목표로 했는데 82타까지 쳐봤다고. 커크는 “한때 인생에서 얻을 수 있는 기쁨의 대부분을 잃었던 적 있다”며 “지금은 골프와 인생에서 더 나은 내가 되기 위한 과정 자체를 사랑하며 산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