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4월 총선을 앞두고 연쇄 도발과 말 폭탄으로 우리를 집요하게 위협하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8~9일 군수공장을 현지 지도하면서 “대한민국 족속들은 우리의 주적”이라고 말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0일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이어 “조선 반도에서 압도적 힘에 의한 대사변을 일방적으로 결정하지는 않겠지만 전쟁을 피할 생각 또한 전혀 없다”고 협박했다. 심지어 “대한민국을 완전히 초토화해버릴 것”이라는 섬뜩한 막말까지 내뱉었다. 김 위원장이 지난해 말 노동당 전원회의 당시 남북 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로 규정하고 “대사변 준비”를 거론한 것보다 공격 수위가 더 높아졌다. 김 위원장이 우리를 ‘주적’으로 직접 규정한 배경을 경계해야 한다. 2021년 10월 “우리의 주적은 전쟁 그 자체이지 남조선이나 미국 특정한 그 어느 국가나 세력이 아니다”라고 밝힌 데서 표변했기 때문이다.
남남 분열과 한미일 균열을 부추기려는 북한의 책동은 갈수록 노골화하고 있다. 이달 2일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신년 담화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깎아내리고 문재인 전 대통령을 치켜세운 데 이어 김 위원장은 5일 ‘일본국 총리대신 각하’라는 호칭이 적힌 지진 피해 위로 전문을 일본에 보내 한일 간의 균열을 노렸다. 그러면서 북한은 서해 완충구역에서 연일 포사격을 벌이며 9·19 군사합의를 무력화하는 등 무력 도발과 심리전을 병행하고 있다.
김 위원장이 지난해 말 “내년 초 남한에 큰 파장을 불러일으킬 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는 국가정보원의 첩보 내용이 새해 벽두부터 현실화하고 있는 셈이다. 김정은 정권은 ‘전쟁이냐, 평화냐’의 프레임을 동원해 우리 중도층의 안보 불안을 자극하고 여야 대립을 증폭시키려는 의도를 갖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우리는 북한의 핵·미사일 실험과 국지적 도발 등에 대비해 한미일 3국의 안보 공조를 강화하고 사이버 해킹과 거짓 정보 유포 등 심리전에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을 서둘러 강구해야 할 것이다. 실시간으로 북한의 일거수일투족을 면밀하게 파악하면서 힘에는 더 강한 힘으로, 심리전에는 더 치밀한 대응으로 맞설 수 있도록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