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 경색 등의 여파로 공사 중단 현장이 곳곳에서 속출하는 가운데 이들 현장에 자금을 투입한 금융기관과 정비사업 조합원 등이 결국 손실을 떠안고 있다. 금리와 원자재 가격 고공행진이 이어지는 가운데 태영건설 워크아웃 여파까지 겹치면서 추가 공사 중단 현장이 나올 것으로
1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인천 부평구 청천동의 한 오피스텔 신축 공사현장은 지난해 11월부터 두 차례에 걸쳐 공매로 올라왔으나 낙찰자를 찾는데 실패했다. 이 현장은 시행사 및 시공사의 자체 이슈로 공사가 중단돼 지난해 미준공 상태로 건물과 토지가 모두 공매로 나왔다. 현재 이 현장에 공사를 진행한 하도급업체가 유치권을 행사하고 있다.
이 현장에 대출을 해준 대주단은 결국 대출채권 일부 회수를 포기하는 조건으로 현재 새 시행사와 수의계약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대주단 관계자는 “하루라도 빨리 공사를 완료하는 게 손실을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정비사업 현장에서는 조합원이 손실을 떠안고 있다. 지난해 4월 분양을 진행한 인천 중구 신흥동의 ‘숭의역 엘크루’는 시공사의 자금난으로 공사가 반 년 넘게 중단된 상태다. 시행을 맡은 지역주택조합은 지난해 말 두산건설을 대체시공사로 선정하고 도급계약을 체결했는데, 이 과정에서 공사비가 원 시공사와의 계약보다 300억 원 가량 증액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조합은 지난해 말 개최한 총회에서 조합원들에게 각각 2억~2억 6000만 원 상당의 추가분담금 납입을 결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현장 관계자는 “조합이 밝힌 자료에 따르면 이미 투입된 공사비만 241억 원”이라며 “여기에 증액된 공사비까지 포함하면 600억 원 가량을 조합원이 추가로 부담하는 것”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공사가 중단되는 현장이 늘어나면서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부담도 커지고 있다. HUG에 따르면 지난해 분양·임대 보증금 보증 사고 처리된 사업장은 총 15곳으로 2010년 이후 가장 많았다. HUG는 보증사고 처리된 현장을 대상으로 분양이행이나 임대이행, 환급이행을 시행하는데, 이 과정에서 시행사의 자격을 넘겨 받아 대체시공사를 찾아 공사를 이어나가기도 한다. 문제는 통상 시공사들이 하자보수 등의 이슈로 대체시공사가 되는 것을 꺼리는데다 그간 원자재 가격 상승 등도 계속되고 있어 HUG가 지급해야 공사비가 급증했다는 점이다. 대표적으로 지난해 보증사고가 발생한 대구 장기동 인터불고 사업장의 경우 기존 공사비 약 500억 원 보다 30% 가량을 증액해 겨우 대체시공사를 찾을 수 있었다. HUG 관계자는 “대체시공사 입찰이 한 차례 유찰됐는데 두 번째 입찰에서 증액한 공사비를 제시해 대체시공사를 찾을 수 있었다”며 “증액된 공사비는 일단 HUG가 부담하고 추후 시행사 등에 구상권을 청구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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