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 빛 수조 안에서 먹이를 뿌리며 헤엄치는 아쿠아리스트 뒤로 전갱이 떼가 구름 같이 몰려들었다. 가오리와 상어도 인어 분장을 한 채 수중 공연을 펼치는 연기자들의 옆을 유유히 가로질렀다. 아쿠아리스트는 해양 생물을 관리하는 사육사지만 이날 만큼은 홈쇼핑 쇼호스트가 그 역할을 대신했다. 오찬헌 쇼호스트는 자신의 경력을 살려 직접 수조 속으로 들어가 마이크를 찼다. 롯데홈쇼핑이 63스퀘어 아쿠아리움 티켓을 판매하는 수중 생방송 현장의 모습이다.
11일 찾은 서울 영등포구 63스퀘어 아쿠아플라넷. 현장에선 롯데홈쇼핑 라이브커머스 촬영이 예정된 열한시가 다가올수록 긴장감이 흘렀다. ‘10초 전’ 카운트다운을 거쳐 입구에서 시작된 방송은 쇼호스트들이 농담과 춤까지 동원해 가며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PD와 실무자들이 촬영 장비나 모니터링용 휴대폰을 들고 잰걸음으로 뒤를 따랐다. 이들은 ‘빨리 이동하세요’ ‘시간 끌어주세요’와 같은 팻말을 들어 보이거나 쉴 새 없이 수신호를 주고받았다.
굳어 있던 촬영 현장의 기류는 방송 시작 5분 만에 자사 모바일 플랫폼 ‘엘라이브’에서 접속자 수 4000명을 넘겼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비로소 풀렸다. 실무자들 사이에서도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누적 시청자 수는 10분 뒤 1만 명을 돌파하더니 방송이 끝날 때는 3만 명까지 집계됐다. 지난주 동일한 시간대 모바일 방송 대비 5배 가량 높은 수준이다.
이날 구매 고객 중 2030세대는 73%를 차지했다. 안혜지 롯데홈쇼핑 니치마켓소싱팀 MD는 “방학과 명절을 앞두고 아이를 동반해 아쿠아리움을 찾을 젊은 부부나 커플 고객을 겨냥했다”고 말했다.
안 MD가 속한 니치마켓소싱팀은 이처럼 새로운 시도를 주도하고 있다. 불과 한달 전 신설된 이 조직은 젊은 직원들이 내놓는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TV방송의 고정된 틀을 깨고 신시장을 개척하는 역할을 맡았다. 타깃 고객층을 세분화해 이색 상품과 콘텐츠를 결합시키는 게 핵심이다. 향후 예능형 여행 방송이나 모바일 전용 상품 등을 내세워 틈새시장 공략을 가속화한다는 계획이다.
롯데홈쇼핑의 이 같은 조직개편은 지난해 말 경영전략회의 당시 발표됐다. 산하에 크로스보더팀과 글로벌소싱팀을 뒀던 R&D실은 상품개발부문으로 승격되면서 니치마켓소싱팀까지 새로 품게 됐다. 롯데홈쇼핑 관계자는 “모바일·SNS 등 채널별로 적합한 기획을 선보이는 ‘멀티채널 상품 프로바이더’ 전략의 일환”이라며 “모바일 라이브는 TV방송보다 심의에서도 자유로워 젊은 구성원들의 창의적인 기획을 실현할 기회”라고 설명했다.
전체 업황이 부진한 상황에서 홈쇼핑 방송 실무 현장은 최신 장비와 기법을 확보해 고객 유치에 총력전을 펼치는 모습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라이브 커머스 시장에서 홈쇼핑은 네이버를 비롯한 e커머스 플랫폼과 경쟁해야 하지만 인력과 노하우가 강점”이라며 “롯데가 조직을 개편한 것 역시 TV를 넘어 더 강하고 확실하게 채널을 다변화하겠다는 드라이브로 읽힌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