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로 코드분할다중접속(CDMA) 이동통신 상용화를 주도하며 국내에서 디지털 시대를 개막한 서정욱 전 과학기술부 장관이 11일 노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90세.
1934년 서울에서 태어난 고인은 휘문고, 서울대 전기공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 텍사스A&M대에서 유학했다. 국방과학연구소(ADD) 창설 멤버로 진공관식 구형 무전기를 대체할 트랜지스터형 소형 경량 무전기를 개발하는 등 군 통신기기 개발 전문가로 이름을 떨쳤다. 1984년 1월 한국통신 TDX 사업단장으로 임명된 뒤 TDX 전자교환기 개발을 이끌었다. 이 공로로 한국통신 부사장, 과학기술처 차관, 한국과학기술원(KIST) 원장을 역임했다.
고인은 남들은 은퇴를 고민할 나이인 58세에 CDMA 상용화에 착수했다. 1980년대 후반 휴대폰 이용자가 급증했지만 기존의 아날로그(AMPS) 방식으로는 한계가 뚜렷했다. 당시 유력한 대체 기술은 시분할다중접속(TDMA)이었지만 정부는 1989년 미국 퀄컴이 발표한 CDMA 기술을 채택하기로 했고 1991년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이 퀄컴과 계약을 체결하게 했다.
시스템 개발이 난항을 겪자 정부는 1993년 전파통신기술개발추진협의회와 한국이동통신(SK텔레콤의 전신) 이동통신기술개발관리사업단을 만들고 양쪽 책임자로 고인을 임명했다. 이때부터 개발이 급속도로 진행돼 1년 후 시스템 개발을 끝내고 상용화 시험을 한 데 이어 1995년 11월 시험 통화에 성공했다. 1996년 1월 1일에는 세계 최초로 인천과 부천 지역에서 서비스를 개시했다. 같은 해 4월 12일부터 서울 지역에 CDMA 방식의 이동전화를 공급했다. ‘스피드 011’의 등장이었다. 고인은 CDMA 상용화를 이끈 공로로 1996년 금탑산업훈장을 받았다. 이후 SK텔레콤 사장과 부회장, 초당대 총장, 1999∼2001년 과학기술부 장관을 지냈다.
유족은 부인 이정숙 씨와 딸 서윤석·서현지·서윤희 씨, 사위 진성철 씨 등이 있다. 빈소는 삼성서울병원, 발인은 13일 오전 10시 30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