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피플

"가사 근로자 제대로 대우받을때 돌봄 공백 해소"

최영미 한국가사노동자협회 이사(한국가사서비스종합지원센터장)

돌봄 노동 종사자 130만 달해

맡길 사람 없는 건 미스매치와

가사 일 전문성 인정 안하는 탓

외국 근로자 들여와도 해법 안돼

자격증·표준 요금제 도입 시급





“최근 일자리 통계를 보면 50~60대 중장년 여성들의 시간제 노동이 급증하는 모습이 뚜렷합니다. 여성들의 사회 진출 증가와 맞물려 돌봄 수요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시니어 근로자들이 가사·아동·노인 돌봄 노동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거죠. 돌봄 노동이 임금과 처우 측면에서 ‘보통의 직업’만큼의 위치만 차지할 수 있다면 돌봄 공백도 얼마든 해소할 수 있을 것입니다.”



최영미 한국가사노동자협회 이사(가사서비스종합지원센터장)는 최근 돌봄 공백 문제로 서울시 등 지방자치단체가 외국인 가사관리사 도입을 추진하고 있는 상황에 대해 “가사관리사 수는 결코 적지 않다”며 “다만 제대로 대우받지 못하고 있는 직업적 현실에 장기 근무자가 적은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한국가사노동자협회는 돌봄 노동자의 권익을 보호하는 동시에 질 높은 돌봄 서비스 제공, 돌봄 분야의 일자리 창출을 목표로 하는 단체다.

최 이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돌봄 노동 종사자는 13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취업 인구가 2500만 명이라고 할 때 5% 가까이 차지하는 셈이다. 그럼에도 도시의 맞벌이 부부들은 아이 맡길 사람이 없다는 목소리가 큰데 이는 수요·공급이 아니라 미스 매치의 문제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최 이사는 “단적인 예로 가사·아이 돌봄 수요는 서울 등 도시 지역이 가장 큰데 일하려는 사람들은 지방에 많다”고 했다. 부부들이 원하는 노동 형태와 근로자들이 원하는 업무 환경 간의 차이도 크다. 그는 “요즘 아이 등·하원 도우미 수요가 많은데 부부 입장에서는 아침과 오후에 한 시간씩 봐주고 비용도 2시간 시급만 내고 싶을 것”이라며 “하지만 노동자 입장에서는 그 2시간을 위해 나머지 시간도 근처에서 대기를 해야 하는 입장이다 보니 한나절 비용은 받고 싶어진다”고 설명했다.



가장 큰 문제는 가사관리사의 전문성을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다. 쉽게 말해 가사관리사는 오랜 경력과 전문성을 쌓아도 월급이 잘 안 오른다. 직업인으로 대우하지 않고 ‘아줌마’ ‘이모님’ 등으로 부르는 일이 태반이니 부모들이 돌봄 노동을 한다고 하면 자식들이 먼저 말린다. 최 이사는 “아이를 돌보고 가사 일을 하는 것은 무가치한 일이라는 뉘앙스 속에서 좋은 마음으로 일을 시작한 사람들도 자존심이 상해 3개월, 급여가 불만족스러워 6개월, 불안정한 고용 환경이 꺼려져 1년 만에 관두고 만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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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이런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외국인 가사근로자 도입도 돌봄 공백의 해법이 되기 어렵다고 내다봤다. 서울시가 최저임금을 적용한 필리핀 가사관리사 도입을 추진하고 있지만 비용 부담으로 결국 여유 있는 사람들만 이용하게 될 것이라고도 전망했다.

최 이사는 “홍콩·싱가포르처럼 아예 저임금으로 가자는 목소리도 있지만 홍콩 등은 가정에서 근로자를 직접 고용하는 형태로 급여는 물론 주거와 의료보험 문제도 책임지는 구조”라며 “우리나라 가정들이 선택하기는 어려운 방식”이라고 했다. 가장 걱정되는 지점은 사회적 갈등이다.

“이미 우리나라에는 필리핀·베트남 여성 등과의 국제결혼을 통해 다문화가정을 꾸린 사람들이 상당히 많은데 어떤 집에서는 ‘필리핀 이모’를 가사관리사로 쓰는 일들이 나타나게 되는 겁니다. 학교에서 만난 아이들이 ‘우리 집에 필리핀 이모가 있는데 너희 엄마가 필리핀인이라며?’라고 묻는 풍경은 끔찍하지 않나요.”

최 이사는 돌봄 공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돌봄 노동자의 처우를 개선하는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우선순위는 국가 공인 자격증의 도입이다. 그는 “요양보호사도 자격증이 없었다면 지금껏 할머니·이모·아줌마였을 것”이라며 “자격증 도입은 가사관리사의 직업적 자부심을 올리는 한편 돌봄 노동의 최소 품질을 보장해 근로자와 사용자가 서로 신뢰할 수 있게 해준다”고 말했다. 표준 요금제 도입도 필수적이다. 최 이사는 “어느 직업도 적정 단가라는 게 있는데 돌봄 노동에는 그런 게 없다 보니 중간 플랫폼 등에서 수수료를 과도하게 취하는 경우가 많다”며 “표준 요금을 도입한다면 근로자·사용자 모두가 만족하는 투명한 이용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표준 요금제와 자격증이 도입돼 산업이 규격화된다면 시장도 더 커질 수 있다. 최 이사는 특히 기업 복지 시장을 눈여겨보고 있다고 했다.

“국내 기업 복지를 보면 대부분이 가족 학비나 건강검진 등 가족 복지로 제공되고 있어요. 그렇다면 가족이 가사 노동이나 육아에서 벗어나 잠시 쉴 수 있도록 돌봄 이용도 복지로 제공해줄 수 있는 것 아닐까요. 여유 있는 집은 합당한 비용을 내고, 한부모가정 등 취약 계층은 정부 지원을 받고, 평범한 직장인들은 기업 복지로 돌봄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된다면 말 그대로 ‘누구나 돌봄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문화’가 만들어질 것입니다. 불필요한 사회 갈등도 사라지지 않을까요.”


글·사진=김경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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