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불교는 세상의 고통과 함께하며 온 중생과 행복의 길을 찾아왔습니다. 국민의 정신건강을 지키고 마음의 평화를 이루는 사회적 정진을 위한 대중적인 선(禪) 명상 프로그램을 시작하겠습니다.”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진우 스님은 17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 내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신년 기자회견을 갖고 “현대인의 정서와 사고에 맞춰 좀 더 쉬운 방식의 명상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선 명상은 그동안 불교 사찰 내에서 산발적으로 이뤄져왔는데 이번에는 분명한 시스템을 구축한다는 것이 진우 스님의 계획이다.
진우 스님은 “성철 스님이나 숭산 스님 등 여러 스님에 의해 간화선이 보급되고 많이 알려졌다”면서 “그렇지만 일반 대중이 그걸 따라 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부 재가 선방에서 하고 있기는 하지만 쉬운 방식의 명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조계종은 선 명상을 처음 접하는 이들을 위한 기초 호흡법부터 숙련자들을 위한 심화 과정까지 단계별 과정을 운영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우울할 때 마음을 챙기는 선 명상’ ‘화를 가라앉히는 선 명상’ ‘시험을 앞두고 정신을 맑히는 선 명상’ 등 상황별 프로그램을 마련한다. 그는 “천 년을 세우는 간절한 원력으로 ‘마음의 평화, 행복의 길’을 열겠다”고 선언했다.
조계종은 4월에 종단 공식 선 명상 프로그램을 시연하는 템플스테이를 하고 하반기에는 선 명상 특화 템플스테이 사찰을 20여 곳 선정해 운영할 계획이다. 전문 지도법사 양성, 선 명상 중앙 지원 센터 건립 등 선 명상 보급을 위한 부대 사업도 추진한다. 진우 스님은 선 명상의 세계화를 위해 “9월 ‘마음의 평화, 행복의 길’을 주제로 국제 선 명상대회를 열어 한국 불교 1700년 역사와 전통을 반영한 ‘K명상’을 활성화시킬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진우 스님은 올해 조계종의 핵심 과제로 △불교의 사회적 소통 강화 △승려 복지 강화를 통한 승가 공동체 안정화 △한국 불교 문화적 자긍심 고취 등 세 가지를 제시했다. 9월에는 ‘대한민국 불교도 결집대회’라는 이름의 불교대회를 처음으로 연다는 구상도 밝혔다. 대략 10만 명의 불자들이 모일 것으로 예상된다. 진우 스님은 “불교 행사가 대부분 봄, 부처님 오신 날 무렵에 편중돼 있다”며 “이를 피하면서도 불교의 사회적 위상을 강화하고 미래 천 년을 향한 불교도 전법 선언의 장을 마련하는 계기로 삼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5월 시행돼 사실상 사찰 입장료 무료화의 토대가 된 문화재 관람료 감면 제도를 안정화하고 문화재 보호 캠페인을 펼치겠다는 계획도 내놓았다.
진우 스님은 또한 “종단의 시급한 과제 중 하나”로 청년 전법을 꼽았다. 그는 지난해 11월 입적한 자승 전 총무원장이 이끌던 불교 단체 상월결사와 협력해 청년 전법 활동을 펼치고 상월결사의 후속 사업도 종단이 함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대통령 영부인 김건희 여사가 미국 방문 중 당부한 보스턴박물관의 사리구 반환 문제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진행됐다”고 말하면서도 자세한 내용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이어 “자승 스님의 개인 재산에 대한 조사가 진행 중”이라며 “절차에 따라 자승 스님의 유산은 종단에 출연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