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정권 복귀에 대비해 물밑 접촉에 나섰다.
17일 요미우리신문 등에 따르면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조 바이든 행정부와의 동맹을 최우선으로 하면서도 아소 다로 자민당 부총재를 연결 다리로 트럼프 캠프와의 접촉 모색에 나섰다.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승리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자 트럼프 재임 시절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했던 아베 정권 인사(부총리)인 아소 부총재를 통해 일찌감치 관계 구축에 들어간 것이다. 이를 위해 아소 부총재는 지난 9~13일 방미 중 뉴욕에 들러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면담을 시도했다.
만남은 성사되지 않았지만, 아소 부총리는 트럼프 캠프와 가까운 록펠러 재단 간부들과 회담하며 접점을 늘렸다. 요미우리신문은 아소 부총재가 일부러 뉴욕까지 트럼프 전 대통령을 만나러 왔다는 사실이 그에게 전해지는 게 중요하다는 얘기를 주변에 하고 있다며 이는 트럼프 진영을 중시한다는 메시지가 될 것이라는 생각에서 이뤄진 것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아사히신문은 주요 관계자들을 인용해 지난해부터 여러 경로를 통해 트럼프 캠프로부터 먼저 아소 부총재 측에 접촉 타진이 왔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트럼프가 기억하는 일본 정치인은 아베와 아소’라는 정보도 있었다며 ‘아소 부총재가 트럼프 행정부 부활 시 자신이 파이프 역할을 해야 한다는 강한 자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전했다. 아소 부총재는 방미 일정 중 하나인 워싱턴 강연 후 11일 뉴욕으로 이동했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이 아이오와 코커스를 앞두고 시간을 확보하기 어려웠던 데다 바이든 행정부를 배려해 만남을 미뤘다고 관계자들은 추측했다.
기시다 총리도 올해 최대 정치 이벤트로 미국 대통령 선거를 꼽고 미리 인사 작업을 해왔다. 지난해 가을 외무성 인사에서는 주미공사를 지내 트럼프 행정부 고위 관계자들과 관계를 쌓은 야마다 시게오 전 외무심의관을 주미대사로 기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