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정책

CB 전환가 30% 넘게 내릴 때 '주총 승인' 의무화

■금융위, 전환사채 제도 개선안

정관 변경만으로 조정 못해…건별 주주 동의 얻어야

최대주주 지분 편법 증대, 주가조작 악용 원천 금지

주가 희석 효과, 실제 납입 당시 시가도 전환가 반영

콜옵션 행사자도 의무 공시…불공정 사건 신속 처리

법 개정 아닌 사항 상반기 도입…김소영 "일벌백계"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23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전환사채 시장 건전성 제고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23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전환사채 시장 건전성 제고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앞으로는 전환사채(CB)의 전환가액을 30% 이상 조정(리픽싱)할 때 주주총회에서 주주들의 특별 결의를 거쳐야 한다. 사모 CB를 악용해 대주주가 지분을 손쉽게 늘리거나 주가를 조작하는 사례가 잇따르자 정부가 공시 강화, 신속 조사 등을 통해 제동을 걸고 나섰다.



금융위원회는 23일 김소영 부위원장 주재로 ‘전환사채 시장 건전성 제고 간담회’를 열고 이 같은 제도 개선안을 발표했다. CB는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한 채권이다. 중소·벤처기업들이 콜옵션(미리 정한 가액으로 매수할 수 있는 권리), 리픽싱 등의 방법으로 자금을 조달하는 주요 통로다.

금융위는 상당수 기업들이 CB에 불합리한 조건을 부여해 불공정거래 행위에 쓰고 있다고 보고 리픽싱 최저 한도(최초 전환가액의 70%)에 대한 예외 적용 요건을 대폭 강화하기로 했다. 최근 쌍방울그룹·KH그룹 등이 무자본 인수합병(M&A)으로 상장사를 산 뒤 CB 발행 방식으로 대주주 지분을 불렸다가 시세조종 의혹을 받은 사례들을 감안한 조치다.



금융위는 특히 회사가 CB 전환가액을 30% 이상 낮출 때 건별로 일일이 주주들의 동의를 구하도록 했다. 현행 규정상으로는 기업이 구조조정 등 불가피하지 않은 상황에서도 정관만 바꿔 CB 전환가액을 크게 낮출 수 있지만 앞으로는 주주총회 특별 결의를 의무적으로 거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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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는 또 기업이 주주가치를 훼손하지 못하도록 주가 희석 효과를 반영한 금액 이상으로만 CB 전환가액을 정하도록 했다. 현재는 증자, 주식 배당 등에 따라 전환가액을 조정할 때 발행 기업이 이사회 결의만 거쳐 자유롭게 가격을 정하고 있다.



금융위는 사모 CB 발행 직전 주가를 전환가액에 공정하게 반영할 수 있도록 ‘실제 납입일’의 기준 시가도 금액 산정에 반영하도록 했다. CB 전환가액 기준일은 원칙적으로 이사회 결의 전날이지만 상당수 기업들이 주가가 상승할 때까지 납입을 계속 연기하는 꼼수를 쓴다는 지적이 제기된 데 따른 조치다.

금융위는 이와 함께 CB 발행·유통 공시도 강화하기로 했다. CB를 발행하면서 콜옵션 행사자를 지정할 때 행사자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와 정당한 대가 수수 여부, 지급 금액 등을 의무적으로 공시하도록 했다. 현재는 기업 대다수가 콜옵션 행사자에 대해 ‘회사 또는 회사가 지정하는 자’로만 공시하고 있다. 만기 전에 취득한 CB를 최대주주에게 재매각해 주식으로 전환하는 식의 불공정거래를 막기 위해 발행 회사의 만기 전 CB 취득 사유, 향후 처리 방안 등도 공시 내용에 포함하게 했다.

금융위와 금융감독원은 나아가 CB를 통한 주가조작 사건 처리에도 속도를 내기로 했다. 금융 당국은 앞서 지난해 1월 사모 CB 관련 불공정거래 혐의에 대해 집중 조사를 하겠다고 발표한 후 총 40건을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했다. 이 가운데 14건에 대한 조사를 완료하고 총 33명을 부정거래 혐의 등으로 검찰에 이첩했다. 금융위는 하위 규정 개정을 통해 곧바로 시행이 가능한 사항은 상반기 내로 추진하고 법률 개정이 필요한 사안에 대해서는 입법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김 부위원장은 “CB의 특수성을 악용해 편법적으로 지배력을 확대하거나 부당한 이득을 얻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며 “불공정거래는 일벌백계하고 제도 개선 조치도 적극 강구하겠다”고 강조했다.


윤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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