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게가 몽땅 탄 상황이라 피해를 가늠하기조차 힘들어 기가 막힐 지경입니다. 명절을 앞두고 전국에 보내야 할 택배 물량도 많았는데 막막하기 그지없습니다.”(서천특화시장 진수수산 대표)
설 명절을 보름여 앞두고 22일 밤 충남 서천군 서천읍 군사리에 있는 서천특화시장에 큰불이 나 상인들이 망연자실하고 있다. 정부는 대통령이 긴급 복구 지시를 내린 가운데 행정안전부와 충남도·서천군 등이 재해 복구와 상인들의 일상 회복 지원에 총력을 기울이기로 했다.
이날 불로 서천특화시장 수산동, 일반동, 식당동 등 3개동, 227개 점포가 전소했다.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다. 김영배 서천소방서장은 23일 화재 현장에서 브리핑을 하고 “수산물 1층 점포에서 스파크가 튀면서 불길이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며 “점포들이 이어져 있는 데다 불이 쉽게 번지는 조립식 샌드위치패널 구조로 돼 있고 강풍까지 불면서 불길이 급격히 확대됐다”고 말했다. 이어 “스프링클러 소화용수가 다 소모된 것으로 볼 때 정상적으로 작동한 것으로 보인다”며 “겨울철 화재 대응 점검에서도 별다른 이상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소방 당국은 정확한 화재 원인을 밝히기 위해 유관기관과 합동 감식을 진행할 예정이다.
121개의 상가가 운영 중인 수산동은 충남 서해안의 대표 수산물 시장으로 지역 경제에 중추적 역할을 담당하고 있어 향후 상당한 타격이 우려된다. 특히 설 선물 택배 배송을 위해 수산물을 대량으로 확보해놓았던 상인들의 피해가 특히 컸다. 시장 상인 최 모(49) 씨는 “설 대목을 앞두고 대부분의 상인이 고기나 김, 어패류 선물 세트 등 평소보다 5~10배 이상 되는 물건들을 들여놓았다”면서 “우리도 굴을 평소보다 8배나 많이 들여놓았는데 이렇게 될 거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라며 혀를 찼다. 2004년 9월에 문을 연 이 시장은 2층짜리 건물 5개동에 연면적 7018㎡ 규모며 총 292개 점포에 295명이 종사하고 있다. 연매출이 300억 원에 이른다.
행정안전부와 충남도·서천군은 재해 복구 및 상인 일상 회복 지원에 모든 행정력을 집중하기로 했다. 김태흠 충남도지사는 이날 “도 재해구호기금을 활용해 즉시 상가당 200만 원씩 긴급 재해구호비를 지원하겠다”며 “설 명절 전 장사를 할 수 있도록 서천군의 예비비를 투입해 임시 상설 시장을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서천특화시장 건물 신축도 즉시 추진하기로 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도 이날 시장 현장을 방문하고 특별교부세 지원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