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중장년 챙겼더니 젊은 근로자들 의욕 ↑…퇴직 선배들이 후배 이끌기도

<2024 일자리 열차는 계속 달린다>①KT  

전직지원센터 설립 7년, ‘퇴직 전 필수 복지’로

퇴직 후에도 1년간 재취업 교육 등 ‘사후 관리’

남현희 KT전직지원센터장 “확고한 의지 중요”

국내 첫 전직 페어·시니어 컨설턴트 확대 계획


※편집자 주 - 고용노동부는 지난해 11월 '중장년 고용 우수기업' 사례집을 통해 다양한 기업과 업종의 중장년 인력활용 사례를 소개했습니다. 각기 다른 업종에 속한, 조직문화도 각각 다른 기업들이 어떻게 계속고용을 향해 한걸음씩 나아가고 있는지 살펴보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깊었습니다. 이미 산업 현장에는 각자의 체질에 맞춰 계속고용의 틀을 만들고 다양한 아이디어를 실험 중인 기업들이 많습니다. 이와 관련, 서울경제신문 라이프점프는 모범적인 중장년 고용 우수기업들을 깊이 들여다보고 우수 사례가 더 널리 확산될 수 있도록 <2024 일자리 열차는 계속 달린다> 시리즈를 연재합니다.

/정예지 기자/정예지 기자





“중장년은 산업화와 민주화를 경험하며 강력한 생존 본능과 적응력을 갖춘 세대입니다. 남다른 책임감과 인내, 끈기를 갖고 있는 세대이기도 합니다.” 남현희(사진) KT전직지원센터 센터장이 지금껏 만난 중장년 세대의 공통점이다. KT는 평균 근속기간이 30년 이상(정년 등 비자발적 퇴직자 기준)이다. 오랫동안 고락을 함께 한 KT 식구이자 업계 최고의 전문가들인 시니어 직원들이 전문성을 한껏 펼치면서도 행복하게 인생 2막을 맞을 수 있도록 다른 어느 기업보다 고심할 수밖에 없었다.

그 결과 전직지원서비스 등 지금의 다양한 제도가 만들어졌다. KT는 2018년 전직지원센터를 설립하고 정년퇴직 예정자 등 50세 이상 비자발적 퇴사자를 대상으로 전직지원서비스를 제공해 오고 있다. 2020년 5월 재취업지원서비스가 의무화되기도 전에 2년 앞서 도입한 것이다. 이외에도 정년퇴직 후 동일 직무·근무지에서 2년 더 일하며 후배에게 기술과 노하우를 전하는 ‘시니어 컨설턴트’, 50세 이상이면 최대 4년까지 휴직하며(최대 1년 6개월은 기본급 100% 지급) 제2의 직장을 탐색할 수 있는 ‘내일설계휴직제도’, 근속 25년·동일 직무 7년 이상인 직원 중 뛰어난 기술을 가진 이를 ‘KT 명장’ 으로 선정하는 등의 제도를 운영 중이다.

시니어 만족도 높이고 젊은층엔 동기부여


결과는 성공적이다. KT는 전체 2만여 명의 직원 중 50대 이상 중장년 근로자가 60%를 차지한다. 매년 정년퇴직자만 800~1000명에 달하는데, 그중 98%가 자진해 전직지원서비스를 받는다. 전직지원센터 설립 7년 차인 현재, KT의 전직지원서비스는 퇴직 전 꼭 누려야 할 복지 중 하나로 자리잡았다.

전직지원서비스 시행 이후 가장 큰 효과는 시니어 근로자의 만족도 상승이다. 남 센터장은 “‘30년간 KT 근로자로 살았다면, 은퇴 후에는 KT의 충성고객이 되겠다’고 말해주신 분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며 “가족을 초대하는 프로그램도 만들고, 명예롭게 퇴직할 수 있어서 감동적이라는 반응”이라고 전했다.



회사가 중장년 선배들을 정성껏 대우하면 젊은 직원들도 사기가 올라가기 마련이다. 3040 직원들이 일찌감치 ‘회사에 뼈를 묻을 각오’를 내비쳤다. “시니어 컨설턴트, KT 명장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어떤 자격증을 따두면 좋을까요?”라는 문의가 센터에 접수되기 시작한 것이다. 회사 내에서 실력을 쌓고 직무에 최선을 다하면 퇴직과 인생 2막이 한결 여유로워진다는 인식이 사내에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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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 센터장은 “KT 명장이나 시니어 컨설턴트는 40대 근로자들이 봐도 굉장히 부러운 제도이자 젊은 근로자들도 지금 맡은 직무에서 전문성을 쌓을 유인책"이라며 결과적으로 “시니어 직원의 만족도는 높이고, 청년층 근로자의 동기부여도 끌어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퇴직 후 1년간 교육 등 사후 관리


전직지원센터의 교육 만족도도 높다. 지난해 평균 점수는 4.9점으로 조사됐다. 위탁하지 않고, 그룹 인재실에서 직접 직무나 지역, 근속 기간에 맞는 정보와 가이드를 제시하는 덕분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퇴직 후 1년에 걸친 사후 관리다. 남 센터장은 KT 퇴직자들 대부분은 평균 8개월 동안 실직 상태라는 점에 착안했다. 전직 성공까지의 공백 기간을 KT에서 책임진다는 아이디어의 배경이다. 남 센터장은 “사회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기존 직무와 연결하는 재취업 교육 훈련 프로그램을 준비, 퇴직 후 1년 동안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고 덧붙였다.

전직 지원 과정은 일반 전직 교육·전직 구체화 ·컨설팅 등 3단계다. 자신의 취약한 부분을 파악해 인생 2막 계획을 스스로 설계해 보는 수업 외에도 각각의 개성을 담은 ‘프로필 사진찍기’나 건강보험료·실업급여 관련 절차를 알려주는 ‘보험 활용법’ 등이 특히 인기다. 점검 리스트도 제공한다. 남 센터장은 “정년퇴직자들의 평균 근속기간이 30년 이상이다 보니 퇴직 후에는 회사 도움 없이 행정 처리를 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며 “건강보험공단과 고용센터 등 전직교육에서 안내했던 기관을 직접 방문하도록 하고, 점검 리스트도 교육 과정 동안 다 완수하도록 한다”고 했다.

센터의 교육 덕에 인생 2막을 성공적으로 개척한 KT 선배들이 자리를 잡은 뒤 후배들을 이끄는 선순환 구조도 자리잡고 있다. 남 센터장은 “귀농·귀촌 교육 후 영농조합을 만드신 퇴직자 분이 연락을 해오셔서 후배 중 직원 채용을 하기도 했다"고 소개했다.

KT 전직지원센터는 전직(재취업) 효율화 확대를 위해 올해 상반기 중 협업 기관, 취업처와 연계해 사내 전직 페어(가칭)를 개최할 예정이다. 전직 지원에 관한 다양한 시도들이 있었지만 사내 전직 페어 개최는 국내 첫 시도다. 정년퇴직자의 15% 규모로 운영하던 시니어 컨설턴트도 올해부터는 20%로 확대 실시한다.

남 센터장은 전직에 대해 “단순히 퇴직 후를 준비하는 것이 아니라 시대 변화에 맞게 본인을 새롭게 업그레이드하는 것”이라고 표현한다. 그리고 전직은 본인의 확고한 의지와 계획으로 추진할 때 더 높은 성공률을 보인다. 남 센터장은 ‘중꺾마(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의 자세를 강조했다. “80세, 100세인지는 이제 중요하지 않은 것 같아요. 중장년에 대한 의미도 바뀔 것 같아요. 그러니 꺾이지 않는 마음으로 조금 더 자신감을 가지고, 지속적으로 일을 할 거라는 마음을 가지시길 바랍니다.”

정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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