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로 여는 수요일] 사과꽃이 온다

한현수


어느 산골 마을 농부는 사과꽃이 핀다고 말하지 않고 사과꽃이 온다고 말한다 사람이 오는 것처럼 저만치 사과꽃이 온다고 말한다 복을 빌어 줄 때도 너에게 사과꽃이 온다고 말한다 하늘이 열리길 바라는 것처럼 사과꽃을 말한다 정성을 다했는데 사과꽃이 오지 않으면 한 해 쉬어 가라는 뜻이라고 말한다 보내 주는 분을 아는 것처럼 사과꽃을 기다리고 사과꽃의 배후를 말한다






사과꽃이 핀다는 것은 사과나무를 칭찬할 일이다. 지난해 열심히 꽃눈을 만들어두었기 때문이다. 또 농부를 칭찬할 일이다. 땀 흘려 거름 주고 가꾸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과꽃은 사과나무와 농부의 노력만으로 피는 것이 아니다. 하늘이 돕고 땅이 돕고 해가 돕고 곤충이 도와야 한다. 사과꽃 하나가 피기 위해 수많은 배후가 필요했을 것이다. 농부가 제 공을 감추고 사과꽃이 온다고 말하는 순간 사람꽃이 피어난다. <시인 반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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