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AI 제국' 꿈꾸는 샘 올트먼…韓 찾아 '토털 패키지' 동맹 시동

[삼성·SK 경영진과 연쇄 회동]

작년 6월이후 7개월만에 또 방한

GPU 장악 엔비디아 AI수익 독점에

HW서도 주도권 쥐기위한 행보인듯

반도체 강자 삼성전자와 손잡으면

설계서 HBM조달까지 한번에 해결

동맹 성사땐 글로벌시장 지각변동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 AP연합뉴스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 AP연합뉴스




지난해 ‘챗GPT 쇼크’를 일으키며 생성형 인공지능(AI)의 아버지라 불리는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가 26일 한국에 방문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기업들과 연쇄 회동했다. 삼성전자 등 국내 기업들은 올트먼 CEO와의 회동 여부에 대해 마지막 순간까지 공식 확인을 거부할 정도로 철저한 보안 속에서 이번 미팅을 준비한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는 올트먼 CEO의 이번 방한이 글로벌 반도체 지형에 많은 변화를 예고한 행보로 해석한다. 세 가지의 노림수가 있다는 것이다.






①'빅 픽처' 그리는 올트먼=올트먼 CEO가 한국을 찾은 것은 지난해 6월 이후 7개월 만이다. 오픈AI가 세계적 기업이기는 하지만 한국 자체가 전 세계적으로 커다란 시장도 아니고 특별히 국내에 고객사를 둔 것도 아니라는 점을 감안하면 방문 빈도가 잦은 편이다. 그는 1박 2일 일정의 이번 방한에서 삼성전자 평택캠퍼스를 먼저 방문해 경계현 대표이사를 만난 뒤이어 최태원 SK 회장,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 등과 면담한 후 곧장 한국을 떠난 것으로 전해졌다.

전자 업계에서는 AI 생태계에서 ‘소프트웨어’를 장악한 오픈AI가 반도체와 같은 ‘하드웨어’에서도 주도권을 쥐기 위해 한국 방문을 결정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인간의 뇌처럼 복잡한 AI 연산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가속기’ 역할을 하는 그래픽처리장치(GPU)를 대량으로 확보해야 하는데 현재는 이 시장을 엔비디아가 사실상 장악하고 있다. 오픈AI 입장에서는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엉뚱한 사람이 가져가는 구조인 셈이다. 오픈AI에 맞서 초거대 AI 개발을 선언한 메타(옛 페이스북)도 최근 “올해 말까지 한 대당 2만 5000달러인 최고 성능 AI 가속기인 엔비디아 H100을 34만 개 이상 구매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교수는 “오픈AI가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합쳐 자신들이 이 시대를 이끌겠다는 빅 픽처를 그리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재용(왼쪽 두 번째부터) 삼성전자 회장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윤석열 대통령이 2022년 삼성전자 평택캠퍼스를 방문해 생산라인을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이재용(왼쪽 두 번째부터) 삼성전자 회장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윤석열 대통령이 2022년 삼성전자 평택캠퍼스를 방문해 생산라인을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



②한국서 ‘토털 패키지’ 찾는다= 하지만 올트먼 CEO가 AI 시대의 ‘제국’을 세우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당장 엔비디아가 독점한 H100과 같은 제품을 단기간에 내놓는 것 자체가 대단히 어렵다. 오픈AI의 주특기인 대규모언어모델(LLM) 구축과 반도체 칩 설계는 전혀 다른 영역의 일이기 때문이다.

관련기사



김정호 KAIST 전기전자공학부 교수는 “올트먼이 원하는 수준의 제품을 생산하려면 최고 반도체 인력 1000명을 끌어모아도 최소 1년은 넘는 기간이 걸릴 텐데 당장 그런 인력을 빨아들이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고민을 해결하기 위한 최선의 해답지가 바로 한국이다. 특히 삼성전자는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와 메모리 생산능력을 동시에 갖추고 있기 때문에 삼성과 AI 칩 설계 과정부터 손을 잡으면 설계에서부터 생산, 고대역폭메모리(HBM) 조달까지 ‘한 방’에 해결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일종의 풀 패키지 서비스인 셈이다.

국내 반도체 업계의 한 관계자는 “파운드리의 도움 없이 반도체를 설계하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고 봐야 한다”며 “이런 면에서 삼성이 최적의 파트너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올트먼 CEO가 한국을 찾기 전 아랍에미리트(UAE)의 AI 기업인 ‘G42’와 영국 팹리스(반도체 설계) 기업인 ‘암(ARM)’을 보유한 일본의 소프트뱅크그룹 등과 접촉한 것도 파트너를 찾기 위한 움직임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오픈AI 주도로 엔비디아의 독점에 대항할 연합군이 생겨날 가능성도 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이달 초 중국을 방문해 신년 행사를 열고 현지 직원들과 춤을 추고 있다.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이달 초 중국을 방문해 신년 행사를 열고 현지 직원들과 춤을 추고 있다.


③반도체 지도 다시 그리나=오픈AI가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태풍의 눈’으로 떠오르면서 업계 지도가 재편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젠슨 황 엔비디아 CEO와 웨이저자 TSMC CEO, 모리스 창 TSMC 창업자는 이달 24일 대만에서 긴급 회동을 열고 상호 협력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젠슨 황은 대만에서 태어나 9세에 미국으로 이주한 대만계 미국인이다.

다시 반도체 패권을 노리는 미국 정부 입장에서도 오픈AI를 적극 활용할 필요성이 있다. 현지 외신에서는 올트먼 CEO가 미국 현지에 AI용 고성능 반도체 생산공장을 설립하는 방안을 두고 미국 의회와 논의하고 있다는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국내 전자 업계의 한 관계자는 “고도의 제조업 노하우가 필요한 파운드리 공장을 오픈AI가 혼자 짓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로 판단된다”며 “인텔이나 삼성·TSMC 중 합작 파트너를 찾을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서일범 기자·노우리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