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즐거운 건강관리를 추구하는 ‘헬시플레저(Healthy Pleasure)’ 열풍과 함께 솥밥이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다. 1인가구가 1000만 세대에 육박하면서 큰 그릇 하나에 여러 재료를 넣어 편리하면서도 건강하게 식사할 수 있는 '한 그릇 요리'는 주요한 외식 트렌드로 자리를 잡았다. 솥밥은 밥 위에 올라가는 재료에 따라 종류가 다양하게 구분된다. 밥을 덜어낸 솥에 뜨거운 물을 부어 누룽지와 함께 먹는 과정은 마치 한정식을 즐기는 듯한 느낌도 준다. 매서운 겨울 날씨가 한 몫하며 바쁜 현대인들의 배를 든든하게 채워주는 솥밥의 인기는 한동안 솥밥의 인기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 국내 유명 백화점들의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식당가 솥밥 메뉴의 매출은 전년 대비 49.7%나 증가했다.
자극적이고 기름진 여타 외식 메뉴에 비해 건강하게 여겨지는 솥밥. 하지만 쇠고기, 전복, 장어 등 값비싼 식재료를 곁들인다고 해서 건강에 이롭기만 하다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솥밥의 효능과 솥밥을 더욱 건강하게 즐길 수 있는 방법. 강만호 자생한방병원 원장(한방내과 전문의)의 도움말로 알아보자.
대표적인 솥밥 메뉴 중 하나인 '스테이크 솥밥'부터 살펴보자. 쇠고기는 한의학적 측면에서 기혈을 보강하고 뼈와 근육을 강화하는 데 효과적인 식재료다. 동의보감에는 '소화기를 보하고 힘줄, 뼈, 허리, 다리를 튼튼하게 한다'고 기록돼 있다. 쇠고기에는 비타민B, 철분 등 영양소가 풍부하다. 오죽하면 '소는 하품 밖에 버릴 게 없다'라는 말까지 있을까. 특히 단백질의 함량이 높고 따뜻한 성질을 가지고 있어 겨울철 몸이 쉽게 차가워지는 사람들의 원기 회복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최근에는 스테이크 솥밥 못지 않게 '전복 솥밥'의 인기도 높다. '패류의 황제' '바다의 산삼' 등으로 불리는 전복은 진시황이 불로장생을 위해 찾았던 식재료로 유명하다. 한의서인 '의림찬요'에도 '심장을 보하고 간장을 좋게 하며 눈을 밝게 한다'고 돼있는 등 예부터 귀한 음식으로 대접을 받았다. 또한 전복은 심장질환 예방을 도와주는 오메가3 함량이 높고 아미노산이 풍부해 신진대사 개선과 겨울철 면역력 증강에 탁월하다. 단, 어패류 알레르기가 있을 경우 자칫 응급상황이 발생할 수 있으니 섭취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장어 솥밥의 주된 식재료는 스태미너 향상을 위한 대표적인 보양식으로 꼽히는 장어다. 한의서 '향약집성방'에서는 장어가 '피로를 풀고 부족함을 보한다'고 기록돼 있다. 장어는 실제로 비타민A 함량이 100g당 1137㎍(마이크로그램)으로 매우 높은 편에 속한다. 이는 삶은 달걀(67㎍)에 비해 약 17배 더 많은 수치다. 그밖에 혈류를 활발하게 해주는 DHA, EPA 등 불포화지방산과 아르기닌도 많다. 최근 유독 피로감이 심했다면 기력 회복을 위해 장어 솥밥을 선택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강만호 원장은 "쇠고기, 전복, 장어 등 메인 재료와 함께 곁들여지는 쪽파, 깨, 각종 버섯 등 식재료들도 풍미를 더할 뿐 아니라 영양학적으로 균형 잡힌 식사를 할 수 있도록 돕는다"며 "마지막에 즐기는 누룽지도 소화를 돕고 몸의 산도를 알칼리성으로 중화시키는 등 솥밥은 다방면으로 건강에 좋은 음식"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아무리 솥밥이 건강에 이롭다 해도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바로 개인의 취향에 맞게 첨가하는 조미료들이다. 솥밥 전문점에 방문하면 대부분 버터가 제공된다. 버터를 첨가할수록 감칠맛과 고소함을 돋우다 보니 넉넉히 넣어 먹는 경우가 많은데, 솥밥 양에 비해 너무 많은 버터를 추가하는 건 삼가하는 것이 좋다. 버터의 대부분은 포화지방산으로 구성돼 있지만 지나친 섭취는 콜레스테롤 수치를 높여 심혈관 건강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인의 상당수는 유당 소화가 어려워 소화에도 지장을 줄 수 있다. 솥밥과 함께 구비된 양념장도 마찬가지다. 기본적으로 솥밥에 간이 돼있기 때문에 양념장을 과하게 첨가하면 위장에 부담을 주거나 혈중 나트륨 농도를 높이는 원인이 될 수 있다. 강 원장은 "솥에 남은 누룽지가 너무 까맣게 타 있는 경우도 건강상 좋지 않으므로 먹지 않는 것을 추천한다"고 조언했다.